양국 여객 운수권 확대합의
인천~베이징 週 14회 늘리고
인천~상하이·선전 7회씩 증편
[ 박상용 기자 ] 국내 항공사들의 중국 하늘길 확보전(戰)이 막을 올렸다. 한국과 중국 정부가 양국을 오가는 하늘길을 5년 만에 대폭 넓히기로 합의하면서다. 인천~베이징·상하이 등의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과점해 온 ‘황금노선’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조만간 다시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항공사 간 운수권 확보 싸움이 치열해질 공산이 큰 이유다.
LCC “운수권 따낸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지난 15일 양국 간 여객 운수권을 주 60회(주 548회→주 608회) 늘리기로 합의했다. 베이징 신공항인 다싱공항이 오는 9월 개항하는 점을 고려해 인천~베이징 노선은 주 14회(주 31회→주 45회) 더 확대한다. 인천~상하이·옌지·선전·선양과 부산~상하이 등 인기 노선도 주 7회씩 늘린다. 이들 노선에는 중국 항공사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취항 중이다.
신규 항공사 진입 제한으로 중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보다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LCC 관계자는 “그동안 LCC가 갈 수 없었던 베이징과 상하이의 문이 열렸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며 “모든 LCC가 사활을 걸고 운수권 배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한·중 노선 운영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 항공사는 청주~선양·상하이·하얼빈·다롄·닝보·옌지, 제주~취안저우 등 국내 LCC 가운데 가장 많은 한·중 운수권을 갖고 있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국내 지방공항 활성화에 나선 만큼 지방공항과 중국을 잇는 노선 경쟁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제주항공의 전체 국제선 여객 수에서 지방공항(김해·제주·무안·대구·청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2.6%에서 지난해 21.5%로 급성장했다. 에어서울은 다른 LCC에 비해 공급 좌석이 많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의 LCC들도 기존 대형 항공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제공하겠다는 점을 앞세워 운수권 확보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중국 항공사 노선 독식 우려
본격적인 운수권 확대에 앞서 중국 항공사의 부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중국이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이용해 항공권 가격을 낮추고 국내 항공사를 고사시킨 뒤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가 국내선을 축소하고 국제선을 확대하는 추세라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중국 항공사들이 보유한 항공기 중 87%(3218대 중 2787대·2017년 기준)가 소형 여객기이기 때문에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운항 거리가 짧은 인접 국가에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 아메리칸에어라인과 하와이항공은 중국 항공사의 저가 공세에 밀려 일부 중국 노선에서 철수했다. 캐세이퍼시픽과 타이항공 등 아시아 항공사들도 실적 악화에 따라 인력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