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동기 성추행' 고려대 출교당한 의대생, 성균관대서 의사 면허 따나

입력 2019-03-18 11:48
수정 2019-03-18 13:45


2011년 고려대 의대에 다니던 남학생 3명이 같은 학교 여학생을 성추행해 출교처분된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고려대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

3명 모두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학교에서는 출교 조치됐지만 형량이 가장 높았던 박 모 씨가 2년 전 성균관대 의대에 합격해 의사 면허를 눈앞에 두고 있다.

출교는 다시는 재입학을 할 수 없는 최고 징계지만 타 학교 입학을 막을 수는 없다.

박씨는 현재 성균관대 의대 4학년으로 의사국가고시(의사국시)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박씨를 비롯한 남학생들은 고려대 의대 본과 4학년 재학 당시술에 취해 잠든 동기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추행하고 이를 카메라로 찍은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의사국시 평균 합격률은 95% 수준이라 큰 이변이 없는 한 박씨가 의사 면허를 취득할 공산이 커 보인다. 성균관대 측은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일체의 정보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의사 면허 취득을 제한해야 한다는 공분이 학교와 의료계 안팎에서 거세게 일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졌다.

성폭행 가해자가 의사가 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지난 2000년 개정된 의료법 제8조에는 의사 면허 결격사유로 △마약ㆍ대마ㆍ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금치산자ㆍ한정치산자 △의료관련 법률 위반자 등을 열거하고 있을 뿐, 성범죄자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만 면허가 취소되며 설상 면허가 취소된다 해도 면허 재발급은 쉽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성범죄자가 환자를 진료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

하지만 의료기관 취업제한은 의사면허와는 또 다르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지난해 KBS 추적 60분 '불멸의 의사면허' 방송으로 성범죄자들이 버젓이 의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성범죄는 현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장 10년간의 취업제한을 받고 있다"면서 "취업제한 선고를 받는 의사가 의료인으로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상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것과 같은 제한을 받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조기현 변호사 또한 "변호사는 금고 이상 처벌을 받으면 5년간 자격정지가 되고 의사는 최장 10년간 취업이 제한되므로 의사가 더 엄격한 제재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성범죄를 저지른 자는 의사 면허를 따더라도 의료기관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아닌 의사면허가 필요한 사무직원이나 교수 등으로만 취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움말=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