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상환액 10년 고정' 주택대출 18일 출시

입력 2019-03-17 17:53
[ 강경민/안상미/정지은 기자 ] 18일부터 대출금리가 올라도 월 상환액이 향후 10년간 고정되는 새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은행에서 판매된다. 대출금리 최대 상승폭을 5년간 2%포인트로 묶어두는 특약도 나온다. 저금리 시기에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차주(借主)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는 이 같은 새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특약을 18일부터 전국 15개 은행 6825개 지점에서 취급한다고 17일 발표했다. 새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월 상환액 고정형은 대출금리가 올라도 10년간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을 똑같이 한 상품이다. 5년간 고정금리 적용 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기존 고정금리 대출상품(혼합형)에 비해 원리금 상환액 고정 기간이 두 배 길다. 금리 상승 위험을 은행이 부담하기 때문에 일반 변동금리 대출상품보다 금리가 0.2~0.3%포인트 높게 책정됐다.

이미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금리상한 특약에 가입할 수 있다. 기존 대출의 5년간 금리 상승폭을 2%포인트, 연간 1%포인트 이내로 제한하는 특약이다.

금리상승 2%P로 제한하는 대출 특약…4월부턴 9억원 주택도 해당

전국 15개 은행에서 18일부터 판매되는 새 주택담보대출 ‘월 상환액 고정상품’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상품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고정금리 상품처럼 월 상환액을 일정 기간(10년) 고정했고, 기본금리도 변동금리 상품처럼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했다. 시중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새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은행 관계자들은 국내외 경기가 둔화되고 있어 향후 금리가 오를지 확신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또 대출을 갈아탈 경우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꼼꼼히 따져볼 것을 권했다.


서민 차주엔 0.1%포인트 우대

이번에 나온 상품은 대출금리가 상승해도 10년간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을 고정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신규로 대출받는 차주뿐 아니라 기존에 대출받은 차주들도 이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 예를 들어 3억원의 주택대출을 30년 만기 변동금리로 받은 차주가 연 3.6%의 금리를 적용받는다고 하면 현재는 매월 135만9000원을 갚는다. 1년 후 금리가 1%포인트 오른다면 월 상환액은 151만3000원으로 불어난다. 하지만 월 상환액 고정형 상품은 10년간 금리변동과 상관없이 매월 상환액이 135만9000만원으로 똑같다.

합산소득 7000만원을 넘지 않는 부부가 시가 6억원 이하의 주택으로 대출받을 경우 0.1%포인트의 우대금리도 받을 수 있다. 다만 금리 변동에 따라 은행이 부담하는 위험을 일부 고려해 기본금리는 변동금리에서 0.2~0.3%포인트 가산해 공급된다.

9억원 이하 1주택도 특약 가입 가능

새 대출과 함께 향후 5년간 금리 상승 폭을 2%포인트 이내, 연간 1%포인트 이내로 제한하는 금리상한형 특약도 18일 출시된다. 기존에 변동금리 주택대출을 받은 차주에 한정해 5년간 금리상한 특약을 주는 방식이다. 특약 체결에 따른 비용을 가산해 기존금리에 0.15~0.2%포인트를 더하는 수준의 금리로 공급한다.

예를 들어 3억원의 주담대를 30년 만기 변동금리로 받은 차주가 연 3.5%의 금리를 적용받는다고 가정할 때 매달 134만7000원을 갚는다. 5년 후 금리가 3%포인트 급등하면 매월 186만3000원을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금리상한형 특약에 가입하면 금리가 2%포인트만 올라 상환액이 월 172만6000원으로 줄어든다. 매월 13만7000원을 아낄 수 있다. 기존 대출의 조건 변경 없이 별도 특약을 추가하는 방식이어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산정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금융위와 각 은행은 이 특약을 이달 말까지는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 시가 6억원 이하 주택 보유 차주에게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다음달부터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인 1주택 가구도 가입할 수 있다.

“신상품 수요 많지 않을 수도”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신상품이 당장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고정형 대출의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현 고정형 대출은 신상품은 물론 변동금리 대출상품보다도 금리가 낮다.

고정형 대출은 만기가 긴 5년짜리 금융채를 기준으로 삼는다. 채권 만기가 길면 금리가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작년 중반부터 코픽스가 기준금리 인상 관측으로 오른 반면 금융채 금리는 경기 불확실성으로 떨어지고 있다. 통상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가 고정금리 대출보다 낮은데, 최근엔 고정금리가 더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고정과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간 격차는 최고 금리 기준으로 0.34%포인트에 이른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작년 6월 23.2%였던 고정금리 비중은 작년 말 35.2%로 6개월 만에 12.0%포인트 급증했다.

은행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조절하겠다고 밝히면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 역전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며 “신상품 대신 기존 고정금리 상품으로 당분간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강경민/안상미/정지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