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우의 부루마블] 자국 짝퉁게임 묵인하는 中…설 곳 잃는 韓

입력 2019-03-17 08:00
연간 수백개 짝퉁게임 양산
서드파티 마켓 유통…집계 안돼
피해 업체 '승소' 가능성 희박

미중무역 전쟁 여파, 저작권 인식 확대
짝퉁게임 줄어든 만큼 게임규제 강화
"국내 게임 설자리 사라질 수도"



'짝퉁게임 천국' '짝퉁게임 양산공장'

우리나라 게임을 베낀 중국 짝퉁게임이 생겨난 건 국내 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한 2000년대 초반부터다. 한빛소프트의 '오디션', 넥슨(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웹젠의 '뮤', 위메이드의 '미르의전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펍지의 배틀그라운드가 인기를 끌자 '종결자2' '소미총전' '총림법칙' '방축유희' 등이 짝퉁게임으로 만들어졌다.

중국 짝퉁게임 숫자는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연간 300여개의 짝퉁게임이 만들어진다고 추측하지만 누구도 정확한 규모를 말할 수 없다.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구글 스토어 대신 서드파티 마켓이 성행하니 제대로된 집계가 가능하지 않다.

과거 중국 짝퉁게임은 국산 게임의 인기를 확인하는 척도로 인식됐다. 짝퉁게임 때문에 원작게임이 알려지는 일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짝퉁게임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얻는 이득보다 피해가 훨씬 커졌다. 부정적인 이미지는 물론이고 수익에서도 손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중국 짝퉁게임이 오랜시간 살아남을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묵인이 있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게임산업의 성장을 이유로 짝퉁게임 개발을 방치하면서 짝퉁게임의 천국이 됐다. 비단 게임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에 따라 중국 게임시장은 외산게임의 무덤이 됐다. '짝퉁게임의 최대 개발사는 중국 정부다' '중국 정부가 외산게임을 몰아내기 위해 짝퉁게임을 방치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피해를 입은 업체들이 저작권 보호 등을 내세워 문제(소송 등)를 제기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해당 업체가 직접 짝퉁게임을 찾아 피해를 입증해야 할 뿐더러 이마저도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희박했다. '알고도 당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 움직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미중무역 전쟁의 여파로 중국 정부(문화부 등)가 불법 저작권에 대해 제재 조치를 시행하면서 IP(지식재산권)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된 것이다. 위메이드가 2년 6개월만에 '미르의전설' IP 저작권 침해에서 승소한 것도 이같은 변화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다만 더 큰 문제도 함께 왔다. 중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게임 총량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짝퉁게임과 함께 중국 게임시장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게임 규제로 옮겨감에 따라 국내 게임이 설자리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게임시장은 40조원 규모로 글로벌 게임시장(155조원)의 25%를 견인하고 있다. 한국은 전체 게임 수출액의 40%를 중화권에 의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에선 "늑대(짝퉁게임) 피하려다 호랑이(게임규제) 만날 판"이라는 말이 나온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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