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는 이해하기 힘든 요즘 10대들의 공부법
[ 심성미/구은서 기자 ]
직장인 A씨는 어느 날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이 방에서 공부하는 것을 봤다.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틀어놓고 있었다. 별다른 움직임도 없는 화면이었다. 궁금해하는 A씨에게 “ASMR 몰라?”라고 딸이 되물었다. 알고 보니 ‘서울대 도서관 백색소음’ 유튜브 콘텐츠였다. 도서관에서 나는 잡음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는 서비스. 공부할 때마다 꼭 틀어놓는다는 딸은 때로는 대학생이 직접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스터디로그’도 본다고 했다. 틀어놓는 것만으로도 그들과 같이 공부하는 듯한 착각이 들기 때문이란다. 공부하다 모르는 수학 문제가 생기면 곧장 과외 앱(응용프로그램) 콴다에 문제를 올려 도움을 받기도 한다.
기성세대는 이해하기 힘든 10대들의 공부법이다. 그 나름의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다양한 정보기술(IT)이 새로운 세대의 공부법을 바꿔놓고 있다.
국내외 명문대 도서관 ASMR 인기
과거 공부는 숨막힐 듯 조용한 독서실이나 도서관에서 했다. 이어폰을 끼고 하던 때도 있었고, 스타벅스 커피빈 등이 젊은 세대의 공부 공간이 된 지도 오래됐다. 요즘 10대는 한발 더 나갔다. 그들에게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유튜브 콘텐츠 중 하나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다. 아주 작은 소리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ASMR 중에도 ‘서울대 도서관 백색소음’ ‘연세대 도서관 백색소음’ 등 도서관 내부 소음을 녹음한 영상이 인기다. 하버드대 법대, 헬싱키대 동영상도 많이 본다.
이 영상에는 종이 넘기는 소리, 재채기 소리, 음료수 캔 따는 소리 같은 작은 소리를 제외하면 거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서울대 도서관 백색소음’ 영상의 조회수는 256만 회가 넘었다. 수험생 이지영 양은 “적당한 소음이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집중도를 높여준다”며 “명문대 도서관 소리를 들으면 동기 부여도 되는 것 같아 자주 틀어놓는다”고 말했다.
이런 학습법에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 심리학자들은 적당한 소음이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공부를 방해하는 소리를 물리치기 위해 뇌가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심리학회는 정적인 상태보다 약간의 소음이 있을 때 집중력은 47.7%, 기억력은 9.6% 좋아지고 스트레스는 27.1%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크리에이터와 함께 공부
유튜브의 ‘스터디로그’를 활용해 공부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스터디로그는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촬영해 만든 유튜브 영상이다. 주로 고시생이나 명문대 학생들이 영상을 올린다. 9급 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크리에이터 ‘이제 EJ _Study With Me’는 거의 매일 9~11시간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한다. 회원 수는 4만 명을 웃돈다. 한마디 말없이 공부하는 모습만 보여주지만 영상 조회수는 1만~2만 건을 넘는다. 같이 공부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게 인기 비결이다.
서울대 의대에 재학 중인 ‘빈코튜브’, 서울대 치대생인 ‘샤블리’도 인기 스터디로그 크리에이터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매일 본인 책상이나 하루 일과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출석체크’하는 학생도 있다. 주로 ‘공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린다.
인스타그램에 ‘공스타그램’ 해시태그가 붙어 있는 게시물은 225만여 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촉진이론에 따르면 같은 행위를 하는 존재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시너지가 나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라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같이 공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24시간 모바일 과외 앱 이용
콴다나 스냅애스크 등 모바일 과외 앱도 인기다. 모르는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앱에 올리면 ‘튜터’로 등록된 대학생이 풀이과정을 올려준다. 콴다에 등록된 과외 선생님만 1만 명에 달한다. 콴다 측은 “1~2시간씩 하는 과목별 과외가 아니라 필요한 문제만 골라 과외를 받는 시스템이라 인기가 많다”며 “시공간 제약 없이 질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콴다에 학생들이 올리는 문제는 하루 80만 개에 달한다.
독서실 대신 집에 놓는 ‘독서실 책상’ 수요도 늘고 있다. 드라마 ‘SKY캐슬’에 등장한 ‘예서 책상’의 여파다. 소형 가구업체는 물론 일룸 등도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일룸 측은 “1주일에 120개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심성미/구은서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