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이라도 타이밍 놓치면 못 사요"…농산물 한정판매로 대박낸 '귀농부부'

입력 2019-03-15 17:34
유상진·안리안 '마레헤' 공동대표


[ 정영희 기자 ]
오전 11시 열리는 구매창. 오늘 살 물건은 고구마다. 초조한 마음으로 시계를 보다 11시 정각에 맞춰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인다. 이렇게 해도 못 살 때가 많다. 국산 농산물을 파는 온라인 마켓 ‘마켓레이지헤븐’(마레헤) 단골들의 일상이다.

마레헤는 도매시장에 있는 농산물을 떼다 팔지 않는다. 팔고 싶은 농산물을 선택한 뒤 농부를 직접 찾아간다. 해당 농산물을 확보한 경우에만 구매창을 연다.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을 틈틈이 보며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이런 신유형 마켓을 운영하는 유상진·안리안 부부(공동대표)의 집은 전북 고창이다. 이들 부부는 고창에서 임시 장터를 열기도 하고 농업 관련 문화행사도 연다. 지금은 농사도 짓는다.

▶‘빠른 배송’과 정반대 판매 방식인데 소비자 불만은 없나.

“우리는 농산물뿐만 아니라 신뢰를 판다. 지난해 아스파라거스, 블루베리, 복분자, 현미가래떡 등 18개 상품을 들여와 8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러 제품을 대량으로 늘리지 않은 판매 방식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한정 판매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마레헤는 도매시장에 대량으로 나와 있는 제품을 파는 일반적인 소매 회사가 아니다. 농부들을 일일이 만나 농산물을 받고 2차 검품을 하고 직접 포장해 배송한다. 특히 친환경 및 유기농 상품은 대량 생산이 어렵다. 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상황에 맞게’를 기억하며 욕심내지 않으려고 한다.”

▶농산물 선정 기준은 어떻게 되나.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농산물이 1순위다.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까다롭게 선정할 수밖에 없다. 여러 품종을 소개하려고 노력한다. 감자, 토마토처럼 흔한 작물인지, 자주 볼 수 없는 희귀한 작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마레헤에서 가장 특이한 건 편지 형식의 상품 설명서인 것 같다.

“시골의 정서를 중요하게 여긴다.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생전에 보내주던 꾸러미 속엔 물건만 있지 않았다. 박스를 꽉꽉 채운 채소, 과일들 틈에 먹는 방법과 보관 장소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 있었다. 그때 식재료의 소중함과 애정어린 마음을 배웠다. 그 마음을 소비자와 나누고 싶다.”

▶안 대표는 패션쇼 프로듀서였다고 들었다.

“2008년 유 대표와 함께 패션과 관련된 콘텐츠 기획·홍보 대행사를 창업했다. 당시 첫 번째 회의 주제가 ‘이 일을 10년쯤 더 하고 난 뒤 우린 어떤 일을 해야 할까’였다. 10년 가까이 지난 뒤 그 경험을 농업에 녹여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그때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고창에 터를 잡았다.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직업이 변했다.”

FARM 정영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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