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 늘고 지나친 자신감, 자제 안되는 충동구매 땐 조울증 의심

입력 2019-03-15 17:12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조울증 원인과 치료법


[ 이지현 기자 ] 조울증을 호소하는 20대와 70대 환자가 늘고 있다. 젊은 층은 취업 스트레스로 정신건강을 챙길 겨를이 없어서다. 고령층은 주변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는 데다 몸이 아파지면서 정신질환까지 생긴다는 분석이다. 인구의 2~3% 정도는 평생에 한 번 조울증을 앓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대개 호르몬 변화가 많은 청소년기 우울증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보다 어린 시기나 노년기에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남성은 주로 조증 증상을, 여성은 울증 증상을 더 많이 호소한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조울증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 등을 알아봤다.


매년 5%씩 환자 늘어나는 정신질환

조울증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조울증으로 국내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받은 환자는 7만1687명이었지만 2017년 8만6706명으로 한 해 4.9%씩 늘었다. 조울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1.4배 정도 많았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성들은 남성보다 임신 출산으로 인한 심리 사회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국내 전체 인구 중 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0.2%에 미치지 못한다. 2011년 국내 정신건강 역학조사에서 조울증 환자가 4.3%에 이르는 것으로 나온 것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수다. 여전히 상당수 조울증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내 조울증 진료 환자는 연령에 따라 U자 곡선 형태를 보였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는 70세 이상에서 305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평균인 170명보다 1.8배 정도 환자가 많았다. 20대가 209명, 30대 195명으로 뒤를 이었다. 70대와 20대 환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70세 이상 고령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12.2%로 전체 연령 중 가장 가파르게 환자가 늘었다. 20대 환자 증가율이 8.3%로 뒤를 이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조울증 환자는 다양한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일이 많아 수명이 10~20년 정도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환자 수명이 늘어 젊은 시기에 진단을 받은 뒤 노년기에 접어드는 환자도 많아졌다”고 했다.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거나 신체적 질병에 시달릴 위험이 높은 것도 노년기 조울증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요양병원 등에 입원하는 노인 인구가 늘면서 정신질환을 진단받는 노인이 많아지는 것도 고령 조울증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꼽힌다. 20대는 취업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3시간만 자도 멀쩡?…조울증 의심

조울증은 정상보다 기분이 지나치게 들뜬 상태인 조증과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인 울증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질환이다. 우울한 상태가 될 때는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의욕이 없는 증상을 호소한다. 조증 상태가 되면 에너지가 넘쳐 자신감을 크게 느끼며 쉽게 화를 낸다. 이 같은 변화가 하루 동안 생기는 것보다는 수일에서 수주를 주기로 반복된다. 조증이 수주 정도 지속되다가 갑자기 울증이 나타나 수개월간 우울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반대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조울증은 대부분 우울증 증상으로 시작된다. 조울증으로 진단받기까지 수년 정도 걸리는 환자가 많은 이유다.

조울증 환자가 조울증으로 진단받기까지 평균 10년 정도 걸린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조울증은 우울증과 다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이다. 조울증 환자가 항우울제를 먹으면 불안증과 충동성이 증가할 위험이 있다. 조울증을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비교적 높다. 조증 상태였다가 우울증으로 전환되면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보다 더 큰 절망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조울증 환자의 80% 정도는 우울증 상태일 때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울증 환자는 심리상태가 극단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다른 사람 같다’는 말을 듣는 일이 많다. 지나치게 흥분해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말다툼을 하는 것도 조증 상태일 때 증상이다. 자신감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고집이 세지기 때문이다. 흥분 상태가 되면 자제력이 줄어든다.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쇼핑하거나 갑자기 많은 활동을 시작하는 것도 조울증 환자 증상 중 하나다. 3시간 정도만 잠을 자도 수면 양이 충분하다고 느낄 정도로 활동성이 높아진다.

평소보다 말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쉬지 않고 말을 하게 되는 환자도 많다. 갑자기 사교성이 지나치게 늘어나 한밤중에 친구에게 전화하고 남들이 생각하기에 바보 같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평소보다 갑자기 성행위에 관심이 늘어나는 것도 조울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들 증상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환자 스스로 문제 행동을 하고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 등 주변 사람이 도움을 줘야 한다.

아침 야외 산책은 예방과 치료에 도움

조울증 의심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임상 증상, 기분상태 등을 토대로 질환을 진단한다. 이 교수는 “한 가지 원인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해 생긴다고 알려졌다”며 “뇌 속에서 기분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 불균형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각종 스트레스도 병이 생기는 데 영향을 준다.

조울증 증상을 줄이기 위해 약물 치료가 도움된다. 증상이 잠깐 나아져도 재발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꾸준히 해야 한다. 기분안정제, 항정신질환약물 등을 주로 쓴다. 증상이 심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면 입원 치료해야 한다. 조울증 환자는 생활리듬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시차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야간근무를 한 뒤 유독 힘들어한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조울증 치료와 예방에 도움되는 이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늦잠을 자거나 낮잠 자는 것을 삼가야 한다. 몸속 생체시계는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조절된다. 빛을 충분히 쬐지 못하면 생체시계가 망가져 조울증이 생길 위험도 높아진다. 낮시간 활동량을 늘려 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도록 하면 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된다. 아침마다 1~2시간 정도 산책하는 것도 추천한다. 잠 들기 전에는 청색광에 많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노란빛의 간접조명을 쓰는 것이 숙면에 도움된다.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