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나는 일본관광, 주저앉은 한국관광] 총리가 관광 챙기는 일본 vs 관광비서관 직책도 없앤 한국

입력 2019-03-15 15:34
수정 2019-03-15 15:39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조치로 여전히 업계는 힘들어 하고 있는데 정부는 관광에 대해 조금도 관심이 없다”

“현재 세계 관광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규모와 위상은 관광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관심의 차이 만큼 벌어졌다”

15일 관광 업계 관계자들은 현 정부의 관광정책에 대해 ‘낙제점’이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관광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중국의 한한령(限韓令)보다 더 치명적인 악재라고 꼬집었다.

출범 2년째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관광정책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광 전반에 걸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청와대를 향해 업계에선 ‘관광 홀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7년 12월과 지난해 8월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관광전략회의가 열렸지만 현황만 확인하는 ‘청문’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이처럼 관광이 정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사이 일본의 관광시장은 한국과의 격차를 2배 이상 벌리며 앞서 나가고 있다. 일본이 아베 총리 주도로 구체적인 목표까지 세우며 5년 단위 관광진흥 정책을 펼치고 있는 반면, 한국은 1~2년짜리 단기계획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관광은 장기 비전은 고사하고 당장 코앞에 닥친 문제 해결에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은 고유 산업으로서 직접적인 경제효과 외에 국가 이미지, 기업 브랜드 등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만큼 국가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리가 직접 관광정책 챙기는 일본

한국을 능가하는 관광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은 아베 총리가 직접 관광진흥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3년 고이즈미 총리가 관광입국을 선언하며 관광진흥에 나선 일본은 아베 총리가 이를 계승, 발전시켰다. 2007년 5년 단위 관광입국추진기본계획을 확정한 아베 정부는 2008년 국토교통성 산하에 관광청을 설립한데 이어 2013년 총리 주재의 관광입국추진각료회의를 개최했다. 전체 각료가 참석하는 회의는 매년 2회씩 열려 현재까지 총 10차례 열렸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직접 관광을 챙기면서 일본 관광은 상전벽해를 이뤘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14년까지 적자를 이어오던 관광수지는 2015년 흑자로 전환, 2017년 역대 최대인 1조7809억 엔(18조1477억 원)을 기록했다. 2011년 8135억 엔(8조2892억 원)이던 관광수입은 2017년 5배가 넘는 4조4162억 엔(44조9909억 원)으로 늘었다. 외래관광객 유치와 더불어 방문객의 지갑을 열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 주력한 결과다. 같은 기간 한국의 관광수입은 8.5% 증가(2011년 122억3400만 달러, 2017년 132억6400만 달러)에 그쳤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일본은 아베 총리 주도로 전 부처가 유기적인 시스템 안에서 구체적인 목표와 강력한 실행력을 갖고 관광정책을 추진해 큰 성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트롤 타워 없이 단기계획만 세우는 한국

반면 한국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 내 관광 분야 콘트롤 타워가 사라졌다. 과거 정부에서 줄곧 명맥을 유지해 오던 청와대 관광진흥비서관 직책을 없앴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이 주재하던 국가관광전략회의도 국무총리 주재로 격하시켰다. 아베 총리가 “관광은 성장 전략의 큰 기둥”이라며 관광진흥에 공 들이는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관광시장의 현실을 지근 거리에서 조언해 줄 참모가 사라지고, 관련 회의마저 축소되면서 정부와 업계의 간극이 더욱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현 정부의 관광정책이 국내여행을 장려하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휴식이 있는 삶, 국민의 쉴 권리 등 정부가 내세운 여가정책으로는 관광 경쟁력을 결코 끌어 올릴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책의 무게중심이 수요 확대에 맞춰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휴가비 지원 등 수요에 맞춘 선심성 정책만 내놓으면서 양질의 관광 인프라와 상품, 서비스 개발은 요원해 졌다는 것이다.

한 중견 여행사 대표는 “수요를 늘린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긴 했지만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 정부는 관광을 산업보다는 복지 등 공공 측면에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국가관광전략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해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온다. 문체부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국가관광전략회의는 지금까지 각종 이슈에 밀려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 교수는 “국가관광전략회의는 새로운 이슈나 성과를 내세우는 자리가 아니라 부처, 지역 간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풀어 정책의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자리”라며 “국가관광전략회의를 통해 정부가 확실한 관광진흥의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