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현 문화부 기자) 크리스토퍼 페인은 18개월 간 몸무게 20㎏을 줄였습니다. 롭 바넷은 같은 기간에 30㎏을 감량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금융투자업계에서 실력을 쌓아온 두 사람은 어느순간부터인가 건강의 위험신호를 감지했습니다. 병원에서의 진단은 없었지만 스스로가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명확한 원인은 비만이었습니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경제학자의 다이어트'라는 새 책을 배달받고 잠깐 고민했습니다. 이 책은 경제책일까 건강에 관한 책인가. 책을 읽고 나서 그런 분류는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책에서 무엇을 얻어내는가는 독자의 몫이니까요. 건강하게 살을 빼는 방법을 찾았다면 다이어트책일 것이고 몰랐던 경제학의 원리들을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면 경제서일 겁니다. 책의 저자인 크리스토퍼 페인과 롭 바넷은 자신들이 뚱뚱해진 원인과 비만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경제학의 개념을 섞어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저자들의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근무시간은 길고 스트레스는 많습니다. 식사시간은 불규칙하고 값싼 간식은 넘쳐납니다. 돈은 벌고 있지만 시간은 부족합니다. 어느순간인가부터 삶의 즐기는 방법은 외식을 하는 것, 그리고 많음 음식을 먹는 것이 됐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6%는 비만이고 33%는 과체중입니다. 미국 인구의 70% 가까이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것입니다. 미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세계 성인의 35%가 과체중이고 11%가 비만이라고 추정합니다.
‘왜 살이찌는가’라고 물으면 할 말이 많죠. 하지만 거두절미하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답은 한가지입니다. ‘너무 많이 먹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절대적인 음식의 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몸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영양, 더 높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를 ‘풍요로움’에서 찾습니다. 대량생산 기술의 발전으로 값싼 식량이 과잉 공급됐고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쉽게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유혹은 커졌고 훨씬 더 강렬해졌습니다.
경제학자인 두 저자는 건강한 몸을 가진 사람들의 행독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공통적인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6가지 핵심 습관’이라는 이름을 붙여 실천했습니다. 매일 몸무게를 재고 제대로 된 식사는 하루에 한 번만 하는 것입니다. 음식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속성 다이어트나 다이어트 식품에 돈을 쓰지 않는 것도 포함돼 있습니다. 6가지 습관에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는 ‘25가지 추천 습관’도 곁들입니다.
책이 제시하는 방법은 누구나 쉽게 실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속 가능하면서도 확실하게 살을 빼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쉽게 다가오는 경제학 개념들은 덤입니다. 매일 아침 사마시는 커피 가격이나 끊임없이 바뀌는 대출금의 이자뿐 아니라 당신이 살 찔 수 밖에 없는 이유도 경제학과 관련이 있다고 저자들은 강조합니다.
비만을 탈출한 경제학자들은 오늘도 다이어트 고민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는 당신에게 묻는다. “조금만 생각해도 계획하지 않은 식료품 구매는 대부분 정크 푸드로 이루어지는 것이 확실하다. 아무 생각 없이 케일 한 묶음을 더 사서 다음 날 점심으로 먹을 샐러드를 만들어본 적이 있는가.” (끝) /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