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대우조선 노조의 시장실 난동, 법치의 위기다

입력 2019-03-15 00:0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조원들의 경남 거제시청 시장실 기습 점거는 자못 충격적이다. 막무가내로 시장실에 몰려가 닫힌 문을 부수고 서류와 집기를 내던진 이들의 행위는 ‘폭력적 난입 난동, 공무방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유성기업 임원 집단 폭행사건’과 대구·창원 지방고용청, 김천시청, 춘천시의회 등지의 무단 점거에 이어진 노조의 폭력 행위다.

이번 난동은 이전의 비슷한 사건들과는 또 다르다. 노조가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시장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라”며 업무 중인 시청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오랜 준비와 협상 끝에 지난 8일 이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부실한 대우조선이 그나마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이었고, 위기의 조선업계가 규모의 경제로 재도약을 시도해볼 수 있는 현실적 선택이었다.

거제뿐 아니라 군산 등지의 어려움은 헤아리고도 남는다. 한계기업 종사자들의 위기감과 생활고(苦)도 산업 구조조정의 와중에 무수히 봐왔다. 하지만 관공서를 점거하고 기물을 파괴하는 폭력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회사가 존폐 위기를 맞아 노사 모두 고통의 시기를 보냈지만, 수백 명의 휴직자와 해고자를 차례대로 다 복직시킨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 극복기를 다른 노조들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번 폭력사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노조의 해방구가 곳곳으로 번져간다”는 비판이 반복되면 누가 국내에서 공장을 세우겠나. “대우조선 매각에서 힘든 것은 가격문제나 조선산업의 전망보다 노조의 방해”라는 채권단 관계자의 지적을 관련 부처 모두가 새겨들어야 한다.

여야 국회도 경계할 일이 있다. 2013년 말 코레일 불법파업에 어설프게 개입했다가 노조에 면죄부를 줘버린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박기춘 민주당 의원의 패착을 다시는 되풀이해선 안 된다. 아직도 ‘노조는 약자, 약자는 선(善)’이라는 ‘언더도그마’ 인식이 강한 법원도 폭력행위에 대해서만큼은 단호해야 한다. 법치와 준법정신 확립은 국가 사회의 기본이다. 이게 없으면 경제성장도, 민주주의 발전도 헛구호다. 거제시장실의 난동이 법치의 위기로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