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주고받기' 첫 재개발 8년 만에 본격화

입력 2019-03-14 17:52
성북2·신월곡1구역 '결합개발'

서울시, 재개발 계획 변경 고시
성북2구역 남는 용적률 80%
신월곡1구역 넘기고 이익공유




[ 최진석 기자 ] 서울의 대표적 낙후 거주지 중 한 곳인 성북구 성북동 북정마을이 저층 테라스하우스 단지로 재개발된다. 이 사업은 신월곡1구역과의 ‘결합 개발’ 방식을 통해서 이뤄진다. 결합 개발은 사업 요건이 다른 2개의 재개발 지역을 결합해 용적률과 수익을 주고받는 개발 기법이다.


용적률 주고받는 첫 ‘결합 개발’ 사례

서울시는 북정마을로 불리는 성북2구역과 인근 신월곡1구역 결합정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성북2구역이 용적률 80%를 신월곡1구역에 넘기면 신월곡1구역이 이를 활용해 얻은 개발 수익을 성북2구역에 나눠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두 개의 재개발 사업지가 용적률과 수익을 서로 주고받는 결합 개발은 이번이 첫 사례다.

성북2구역은 한양도성과 구릉 지형에 저층 노후 주택이 모인 성곽마을이다.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이 말년을 보낸 ‘심우장’도 이곳에 있다. 서울에 몇 안 남은 달동네 중 하나지만 한양도성과 가까워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서울시는 2011년부터 북정마을에서 3㎞ 떨어진 신월곡1구역과 결합해 재개발하는 방식을 추진해왔다. 신월곡1구역은 성매매 집결지인 ‘미아리 텍사스’로 잘 알려진 곳이다.

당초 서울시는 성북2구역을 전면 철거해 한옥과 저층 테라스하우스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이후 2015년 도시계획위원회가 마을 원형 유지를 위해 정비 유형을 전면 철거형에서 수복형으로 바꾸면서 계획을 변경했다. 변경안은 작년 7월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고, 공동정비지구 경계와 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조정 과정을 거쳐 이날 고시됐다. 재개발 추진 8년 만이다.

변경된 정비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성북2구역의 용적률을 90%로 제한하고, 결합 개발에 따른 용적률 80%를 신월곡1구역에 적용했다. 이에 따라 신월곡1구역 용적률은 600%에서 680%로 상승했다. 늘어난 용적률 80% 중 48.5%는 성북2구역 저층 주거지 정비에 활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성북2구역 주민은 신월곡1구역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정비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주민 공동 이용 시설도 조성

성북2구역은 지역 특성에 따라 개별정비지구와 공동정비지구로 나뉘었다. 공동정비지구에는 238가구 규모의 테라스하우스를 짓고, 개별정비지구에선 조합원들이 자체적으로 주택을 신축·보수한다. 서울시는 공동정비지구의 주변 경관 훼손 방지를 위해 단지 높이를 2~4층으로 제한했다. 골목길 보전을 위한 건축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골목 생활권에 주민 공동이용 시설도 조성하게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 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는 새로운 방법”이라며 “도심 내 지역 특성별 정비계획 방식을 다양화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월곡1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인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월곡1구역은 하월곡동 88의 142 일대(5만5112㎡)다. 용적률 680%를 적용해 지하 6층~지상 46층 아파트 2204가구 및 오피스텔 486실, 호텔 240실, 판매시설 등을 짓는다. 시공은 롯데건설과 한화건설이 맡았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