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지수포함 종목 '사자'
메디톡스·셀트리온헬스 집중매입
[ 송종현 기자 ] 국민연금이 KRX300지수를 벤치마크 지수로 채택한다는 소문이 자산운용업계에 돌면서 펀드매니저들이 이 지수에 포함된 코스닥 종목들을 사들이고 있다. KRX300지수는 한국거래소가 작년 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우량종목 300개(유가증권시장 231종목, 코스닥 69종목)로 구성한 지수다. KRX300이 수익률 평가의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로 사용되면 국민연금 운용자금이 지수 구성 종목에 흘러들어오게 된다.
코스닥 ‘사자’ 나선 자산운용사
14일 코스닥지수는 0.53포인트(0.07%) 상승한 755.42로 장을 마쳤다. 기관투자가들이 514억원어치를 사들여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 가운데 자산운용사는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 금액이 포함되는 ‘금융투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10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자산운용사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발을 빼는 대신 코스닥시장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2896억원어치를 팔아치운 반면 코스닥에선 482억원을 순매수했다. 3월 자산운용사 순매수 10위 내(유가증권+코스닥시장)엔 에코프로비엠(2위·213억원 순매수) 셀트리온헬스케어(4위·166억원) 메디톡스(5위·161억원) 등 3종목이 포진해 있다. 자산운용사들의 순매수 증가 등의 영향으로 3월 들어 코스피지수는 1.81% 하락한 반면 코스닥지수는 3.30% 상승했다.
국민연금 “소문일 뿐”
한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요즘 여의도엔 국민연금이 제2 벤처 붐을 일으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해 코스닥 종목들이 포함된 KRX300을 새로운 벤치마크 지수로 도입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며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매니저들이 국민연금 자금이 들어와 주가가 오르기 전에 선제적으로 지수 구성 종목들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 자금운용 담당자들은 일반적으로 ‘성과평가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 지수 수준의 수익은 최소한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해당 지수 구성종목 위주로 투자한다. 국민연금은 현재 코스피200을 벤치마크지수로 쓰고 있다.
KRX300지수는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 일환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포함시켜 작년 초에 선을 보였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국민연금이 벤치마크로 활용해줄 것을 바라왔지만, 국민연금은 증시 조정 국면에서의 변동성 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자산운용업계의 움직임에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국민연금 측은 “KRX300 벤치마크 채택설은 여의도에서 나오는 소문일 뿐”이라며 “기금운용위원회 일정도 잡힌 게 없다”고 밝혔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대형 우량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시장에 알려져 국민연금이 KRX300을 벤치마크로 선뜻 채택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안 본부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 7~8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코스닥 종목을 대거 팔아치워 시가총액 5000억~1조원의 중형주 가운데 여러 종목이 10% 이상 급락했다. 국민연금은 코스닥 매도로 확보한 자금을 삼성전자 등 대형주로 옮겼다. 이런 과정이 여의도에 다 알려진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KRX300을 벤치마크 지수로 채택하면 “금융당국에 떠밀렸다”는 뒷말이 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공무원연금은 채택
국민연금과 관계없이 KRX300을 통한 코스닥시장 자금유입 요인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엔 운용자산 7조원 규모의 공무원연금공단이 기금 위탁운용 벤치마크로 KRX300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우정사업본부가 KRX300을 벤치마크로 채택한 데 이어 연기금으로서는 두 번째다.
한국거래소도 KRX300의 상품성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거래소는 KRX300 구성 종목 가운데 △커뮤니케이션서비스 △소재 △소비재 업종을 따로 묶은 섹터지수를 오는 18일 선보인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