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보잉 737맥스 세웠다…"손실 추산 불가"

입력 2019-03-14 17:36
수정 2019-06-12 00:01
전날까지 안전하다던 트럼프
보잉 맥스 운항중단 지시
각국 계약 파기·보상 요청 시작


[ 김형규 기자 ]
미국과 캐나다가 13일(현지시간) 안전성 논란이 커지고 있는 보잉의 737 맥스8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이로써 이 기종의 운항은 세계 모든 나라에서 중단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사태 해결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 보잉이 감당해야 할 비용은 추산하기조차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737 맥스8과 맥스9 운항을 중단하도록 전격 지시했다. 캐나다도 3개 항공사에서 이용 중인 41대의 737 맥스8 운항을 중단하고 영공 통과를 금지했다. 앞서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40개국 이상이 해당 항공기 운항을 중지시켰다.

737 맥스8 여객기는 지난 10일 에티오피아에서 이륙 6분 만에 추락했다. 지난해 10월 말 인도네시아에서 같은 기종이 이륙 13분 만에 추락한 데 이어 5개월 만에 비슷한 사고가 터지면서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엔진 위치 설계와 소프트웨어 오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문사 멜리어스리서치는 보잉이 737 맥스8 운항 중단으로 10억~50억달러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2013년 운항을 일시 중단한 보잉 787드림라이너 사태를 바탕으로 추정한 것으로, 당시 보잉은 3개월 운항 중단에 2000만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급했다.

하지만 보잉의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위기 관리에 얼마의 비용이 들어갈지 가늠되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 1010억달러를 올린 보잉이 당장의 비용은 부담할 수 있겠지만 향후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추락 사고로 사망한 탑승자 유족이 소송을 걸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각국 항공사들은 운항 중단과 관련해 보상을 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잉은 2017년 5월 737 맥스8을 출시한 뒤 356대를 각국 항공사에 인도했다. 5000대 이상 주문받은 해당 기종을 다시 설계 및 조립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잉은 이 기종으로 5500억달러를 벌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 같은 계획은 모두 흐트러졌다.

지난달 737 맥스 100대를 주문한 베트남 저비용항공사(LCC) 비엣젯은 “사고 원인이 밝혀지면 계획을 바꿀 수 있다”며 계약 파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르웨이 LCC 노르웨이에어셔틀은 “보잉에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737 맥스 운항을 가장 먼저 중단시킨 중국은 자체 항공기산업 발전의 기회로 삼을 태세다. NYT는 “보잉 추락 이후 중국은 항공 안전성을 홍보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2025년까지 글로벌 민간 항공기 시장의 최대 20%를 차지하겠다는 중국의 ‘항공굴기’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유 중국상용항공기공사는 중형 여객기 C919를 개발하고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