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포르노사이트서 '정준영'이 인기검색어? "추악한 욕망에 범죄란 인식조차 없어"

입력 2019-03-14 14:11
수정 2019-03-14 16:55

가수 정준영(30)이 아이돌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29)와 유모 유리홀딩스 대표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해 유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일그러진 관심이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의식이 없는 여성과 성관계했다고 스스로 밝히는 등 정씨의 불법 촬영물이 강간 현장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국내에서 차단된 해외 포르노사이트에서까지 관련 단어가 인기 검색어에 오를 정도다. 이 같은 ‘정준영 동영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를 미끼로 한 피싱 사기까지 등장했다.


14일 한 해외 포르노사이트에는 ‘burningsun club’, ‘korean burning’, ‘정준영’ 등 단어가 각각 1~3위 인기검색어(trending searches)에 올라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이트는 지난달 정부가 국내 접속을 차단한 해외 포르노사이트 895곳 중 한 곳이다. 하지만 국내 네티즌들이 프로그램을 설치해 우회접속하는 방법을 거쳐 정준영이 촬영한 여자 연예인 동영상이라는 일명 ‘정준영 동영상’을 올리거나 검색하고 있다. 정씨가 불법촬영 후 유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단 4일만에 해외 최대 포르노사이트의 인기검색어를 휩쓴 배경이다.

각종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돈을 보내면 ‘정준영 동영상’을 보내주겠다면서 사기를 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 ‘정준영’을 검색해 들어간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한 20대 남성은 “돈을 보내주면 동영상을 준다고 해서 믿었는데 사기였다”고 전했다. 동영상을 보려고 모르는 사람이 보내주는 링크를 눌렀다가 휴대폰과 컴퓨터에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됐다는 경험담도 적지 않다.

공개된 대화 내용에 따르면 정준영이 보낸 영상물에 대해 카톡방에서 ‘기절이면 어쩌라고’, ‘살아있는 여자(영상)를 보내줘’ 등의 대화가 오갔다. 의식없는 여성을 촬영한 것으로 추정 가능한 대목이다. 경찰 역시 정준영이 올린 영상들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촬영, 유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관련 내용을 14일 소환 조사에서 집중적으로 캐물을 예정이다. 그럼에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경찰만 보는 것이냐”며 관련 동영상을 찾는 글이 공공연하게 올라와 있다.

“무서워서 카카오톡 하겠느냐”며 강화된 보안 기능을 제공하는 시그널, 텔레그램 등 메신저로 ‘야동 망명’을 떠나는 이들도 나온다. 이들 메신저 앱은 대화내용 자동 삭제, 캡처 차단 기능 등을 제공한다. 전문직 전용으로 만들어진 한 메신저 앱도 지난 이틀간 회원가입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안드로이드 휴대폰에서는 화면 캡처가 안되고, 아이폰 캡처시 휴대폰 뒷번호가 워터마크 배경으로 깔리는 기능 등을 탑재하고 있다. 조연아 씨(25)는 “대화방에서 무심코 쓰던 말들을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아야지 메신저 앱을 옮기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피해 여성의 이름을 유포하거나 관련 영상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경고한다. 한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얼굴이나 이름 등을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으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모욕,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면서 “허위 사실이면 가중처벌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변호사도 “단체 카톡방에 올라온 영상을 퍼뜨렸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 2항과 정보통신망법 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이 모두 적용돼 처벌 받을 수 있다”면서 “영상물을 공유해 달라고 하는 것 또한 유포죄 교사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정준영은 14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려 정말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범행 당시 약물을 사용했느냐’, ‘2016년 수사를 받을 당시 뒤를 봐준 경찰이 있느냐’ 등의 질문에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동영상 범죄의 심각성과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