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적자국 전락하는 중국, '1997년 한국'되나

입력 2019-03-14 07:40
수정 2019-03-14 11:07

월스트리트에서 중국이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국으로 전락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상수지 적자가 쌓인다면 중국 경제는 자본 시장을 개방해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야하고, 자칫하면 금융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커집니다. 미국이 바라는 시나리오입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993년 이후 25여년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국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총생산(GDP)의 0.3% 가량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중국 경제는 내수 소비 위주로 전환되고 있으며,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 저축율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무역흑자는 꾸준히 감소해왔습니다.

여기에 결정타를 가한 게 지난해 시작된 ‘트럼프’ 미국과의 무역전쟁입니다.

임금 상승 등으로 대외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관세가 무차별적으로 부과되자,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인 미국에 수출하려는 업체들은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제 중국에서 생산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구조적으로 중국의 수출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과 무역합의가 이뤄지면 중국은 다시 무역흑자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합의를 이뤄도 ‘관세’라는 무기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습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2일 상원 청문회에서 "현재의 관세가 어떻게 되든지 협정 위반이 있으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릴 수 있는 권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과거 약속을 제대로 지킨 적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번 합의는 환율조작 문제를 포함합니다. 경상수지 적자를 내면 위안화는 내려갈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미국은 국 정부가 환율을 조작했다며 언제든 관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각국 기업인 입장에서 미국이 언제든 관세를 다시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중국에 생산기지를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중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가 고착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2030년에는 GDP의 1.6%, 약 4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구조적 요인이 가장 큽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자본시장을 열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자본시장을 개방하는 척만 했지, 실제로 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세계 자본시장에 편입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달러화(미국)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중국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260%에 달합니다. 실제로는 더 높다는 말도 많습니다.

기업과 은행권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경상수지 적자 때문에 자본 시장을 개방한다면 그건 항시 외환위기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바로 우리나라가 1997년에 그런 상황을 똑같이 경험했지요.

중국 경제의 크기를 감안하면 경상수지 적자는 중기적으로 견딜 수 있는 규모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큰 위기가 없이 넘어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자본 시장을 개방해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야 적자를 메우고 계속해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건 명확합니다.

모건스탠리는 2019년부터 2030년까지 중국이 매년 2100억달러 수준의 해외 자본을 유치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만한 자본을 유치하려면 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하고 해외 자본도 중국 금융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겁니다.

중국이 막대한 부채 속에서도 외환위기가 없을 것으로 보던 이들이 많았습니다.
중국 정부가 자본 시장을 통제하고 있는데다, 부채도 위안화로 조달된 게 많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를 거치면서 중국 기업들의 달러 부채는 급증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본 시장을 개방해야합니다.

이는 미국의 투자자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고 자본 시장이 개방되면 싼 가격에 중국의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으니까요.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로드 이머징마켓 헤드는 "중국의 경상수지 적자 및 자본시장 개방은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지만,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중국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외환위기 때 칼라일, 론스타, 뉴브리지캐피털 등 미국 자본들에 은행과 기업들을 넘겨야했던 상황이 떠오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