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주총서 사명 변경
"타이어만 바라보지 않겠다"
[ 도병욱 기자 ] 세계 7위(매출 기준) 타이어 기업인 한국타이어가 회사 이름을 바꾸고 대대적인 혁신에 나선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사명에서 ‘타이어’라는 단어를 빼기로 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의 전신인 조선다이야공업이 설립(1941년)된 지 78년 만이다. 회사 경영진이 사명을 바꿀 정도로 큰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한국타이어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모든 계열사 이름 변경 추진
13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바꾸는 안건을 처리한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로, 배터리 제조 계열사인 아트라스BX는 한국아트라스BX로 이름을 바꿔 단다. 나머지 비상장 계열사들은 추후 회사 이름에 ‘한국’을 넣는 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한국타이어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역사는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타이어 제조사 브리지스톤이 한국에 조선다이야공업을 설립한 게 효시다. 이 회사는 1951년 한국다이야제조로 이름을 바꿨고 1967년 효성그룹에 편입됐다. 이듬해인 1968년 이름을 한국타이어제조로 변경했다.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조양래 회장(장남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1985년부터 한국타이어를 독자적으로 경영하기 시작했다. 2012년엔 회사를 지주회사(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회사(한국타이어)로 분할했다.
한국타이어는 1941년 설립 이후 줄곧 ‘한국 최초’ 타이틀을 지켰다. 국내 타이어업계 최초 해외법인 설립 및 최초 수출 등은 모두 한국타이어의 몫이었다. 어느새 매출 기준 세계 7대 타이어 회사에 올랐다. 세계 30여 개국에 지사와 현지법인을 둘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이런 역사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한국타이어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 번도 ‘타이어’를 회사 이름에서 떼어내지 않았다. 타이어는 그룹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적 존재였기 때문이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가 그룹 매출의 95%를 책임지고 있다”며 “이런 한국타이어그룹이 지주회사 이름에서 ‘타이어’를 빼겠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미래 성장 동력까지 바꾼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의 아들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사명 변경을 주도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회사 이름을 바꾸는 ‘극약처방’을 통해 그룹의 정체성은 물론 매출 구조와 미래 성장동력까지 싹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다.
타이어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가 앞으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종합 자동차 부품회사로의 도약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는 최근 M&A 관련 인력을 충원하는 등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세계 2위 자동차 공조시스템 회사인 한온시스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는 한국타이어그룹이 글로벌 타이어 회사이자 초대형 자동차 부품사인 독일 콘티넨탈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동차와 관련이 없는 분야로 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산업에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제3의 분야에 뛰어드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논리다.
올해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세대교체도 사실상 마무리된다. 조 회장은 28일 주총에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등기임원직을 내려놓는다. 조 부회장의 등기임원 임기는 3년 연장되고, 조 사장은 새로 등기임원이 된다. 한국타이어그룹 관계자는 “올해 회사가 여러 측면에서 크게 바뀔 것”이라며 “회사를 새로 설립하는 수준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