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측 "연희동 자택 추징은 구순 노인 생존 위협하는 것"

입력 2019-03-13 15:07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를 위해 서울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긴 것을 두고 전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이 법정에서 설전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와 전 비서관 이택수씨, 셋째 며느리 이윤혜씨가 제기한 추징금 집행에 관한 이의 신청 사건의 첫 심문 기일을 열고 당사자들의 입장을 들었다.

이순자씨와 이택수씨는 연희동 자택 대지와 본채, 정원 등의 명의자이고 이윤혜씨는 별채 소유자로 등록돼 있다.

이순자씨와 이택수씨를 대리한 정주교 변호사는 "이 사건은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판결에 대한 집행"이라며 "형사판결의 집행은 피고인에 대해서만 해야 하는데, 제삼자인 아내에 대한 집행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설사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에 의해 집행한다고 하더라도, 이순자씨가 이 부동산을 취득한 것은 1969년이므로 대통령 재임 중 생긴 비자금과 무관해 범죄 수익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전두환 추징법이 위헌적이라는 주장도 펼쳤으나, 검찰이 전두환 추징법에 근거한 집행이 아니라고 밝힘에 따라 이 주장을 접고 위헌 심판 제청 신청도 취하했다.

이윤혜씨 측 변호인도 "별채는 이미 경매에서 낙찰된 것을 이윤혜씨가 다시 사들여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므로, 추징금은 이미 국가에 귀속됐다"며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이후 어떤 국민이든 이 부동산을 취득하면 다시 압류할 수 있는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연희동 자택은 전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이므로 환수 대상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자택 대지를 취득할 때 이순자씨에게는 아무 소득이 없었고, 2013년 장남인 전재국씨도 자택 전체의 실소유자가 전 전 대통령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재산 목록과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며느리 이윤혜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가 낙찰받은 별채를 며느리 이윤혜씨가 양도받은 것으로 모두가 특수관계"라며 "불법 정황을 알며 취득한 차명재산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창석씨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하다가 탈세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고, 2003년에도 이순자씨, 전재국씨 등과 수십억의 재산거래를 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검찰은 "전재국씨가 재산 목록을 낸 이후 검찰은 이에 대한 공매 등을 집행해 왔으나 한 번도 전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이의 신청이 없었다"고도 지적했다.

검찰은 "이는 연희동 자택이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이라 시인하면서도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공매 진행을 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진술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와 공매가 진행되자 입장을 바꿔 차명재산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추징 집행은 초법적인 위법 집행임에도 국민에 대한 송구스러운 마음 때문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나이 90의 노인이 사는 집에서 나가라고 하면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연희동 자택이 제3자 명의의 재산이므로 추징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서울행정법원에 공매를 중단해달라는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재판부는 오는 27일 두 번째 심문기일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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