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컴백 박봄 '국내선 마약류지만 난 몰랐으니 죄 없다?'

입력 2019-03-13 10:43
수정 2019-03-13 11:09
박봄 측 "마약 하지 않았다"
컴백 앞두고 이례적 공식입장
"과거 사건, 마약밀수 아닌 무지서 비롯된 행동"




가수 박봄이 13일 8년만에 컴백을 앞두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박봄은 2016년 투애니원(2NE1) 해체 이후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신생 소속사 디네이션과 손을 잡고 솔로 컴백을 준비해 왔다.

컴백 일정을 앞두고 박봄 소속사 측은 이례적으로 2010년 '입건유예' 처분을 받은 암페타민 '마약 밀반입 사건'을 언급했다.

최근 연예계에서 빅뱅 승리가 운영했던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유통과 투약이 있었다는 혐의가 드러나면서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승리와는 전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특히 승리가 성접대 의혹을 받고 피의자로 입건되면서 2010년 당시 박봄이 이례적으로 '입건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여론이 환기되고 있는 점도 이같은 입장표명에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승리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에 대해 국민적 비난 여론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봄 측은 13일 공식입장을 통해 "지난 2010년 국제특송 우편으로 미국에서 에더럴이란 의약품을 들여왔던 건에 대하여 현재까지도 마약 밀수, 마약 밀반입 등의 표현으로 언급이 되고 있는데 박봄은 명백히 마약을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에더럴은 처방전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미국 FDA에서 정식으로 승인한 합법적인 의약품이다"라면서 "단, 아직 국내법으로는 마약류로 분류되는 항정신성 의약품으로 유통이 금지되어 있고 당시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한 행동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에서 허가받은 다수의 의약품들도 광범위하게 마약류로 분류 되어 있으며, 이를 복용하였다고 전부 마약을 한다고 표현 하지는 않는다"면서 "박봄 역시 치료의 목적으로 복용 중이고, 당시 진행한 소변 검사를 통해서도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이에 경찰에서도 정황과 증거가 인정되어 조사가 마무리 됐다"라고 덧붙였다.

요약하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지만 박봄은 해당 약품이 국내에서 마약류로 분류되는 것은 몰랐으므로 잘못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암페타민이 함유된 에더럴을 마치 전혀 다른 약품인냥 표현하기도 했다.

암페타민은 각성제의 일종으로, 매우 강력한 중추신경 흥분제다. 대뇌피질을 자극해 사고력, 기억력, 집중력을 순식간에 향상시키고 육체활동량도 증가시킨다. 하지만 이 약품은 국내에서 마약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복용이 금지돼 있다.

박봄의 처방 이유처럼 우울증 치료에도 쓰이지만 식욕을 떨어뜨리는 효과 때문에 비만 치료, 불법 다이어트약의 성분으로도 쓰인다. 기관지 천식, 간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에도 활용되는 성분이다.

필로폰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 신종 마약인 엑스터시에도 암페타민이 들어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암페타민을 강력한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암페타민을 마약류로 지정해 의료용 사용 역시 금지하고 있다.

박봄 측의 주장대로 마약류로 취급되는 의약품을 밀반입했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무지했다면 죄가 없는 것일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배승희 변호사는 한경닷컴에 "법을 몰라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몰랐다는 변명은 법정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배 변호사는 "'입건유예'는 사실상 내사종결을 의미하는 것인데 마약사범은 기본적으로 구속 수사가 원칙일 만큼 강력하게 수사하는데 마약을 몰래 들여온 범죄인을 내사로 종결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게 법조인들의 시각이다"라고 밝혔다.

박봄은 2010년 마약류의 일종인 암페타민이 함유된 에더럴을 밀반입하려다가 인천공항 세관에 적발돼 검찰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았다.

박봄은 미국에서 암페타민 대리처방을 받고 이를 모양이 비슷한 젤리류에 섞어 공항 통관절차를 거쳐 밀반입했다. 암페타민은 인천에 사는 조모의 집과 부모의 집을 거쳐 박봄에게 배송됐다.

박봄은 당시 암페타민 밀수입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입건유예' 처분을 내렸다. 입건유예는 '혐의점은 발견됐으나 입건하지 않고 내사를 중지한다'는 특이한 처분이다.

당시 박봄은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복용했다.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4월 방송된 MBC 'PD수첩-검사 위의 검사, 정치검사' 편에서는 당시 YG 소속이었던 박봄이 미국에서 암페타민 82정을 밀반입하다 적발된 사건에 대해 의혹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전 마약담당 검사였던 조수연 변호사는 "박봄 사건과 같은 이례적인 케이스는 없다"며 "정말 피치못할 사정이 있다면 최소한 집행유예 정도는 받게끔 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건 처리였다"고 지적했다.

박봄 마약 밀반입 사건의 수사라인은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과 당시 인천지검장이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었다.

김학의 전 차관은 2014년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다. 해당 별장에서는 여성들과 성관계를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했지만 무혐의 처분했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은 지난 2014년 8월 제주시 중앙로 인근의 한 음식점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됐지만, 기소유예 처분받고 현재 변호사로 활동중이다.

당시 박봄 소속사 대표였던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박봄은 2NE1 데뷔 전 오랜 기간 미국에서 자랐고 어릴 적 축구선수가 꿈이었는데 친한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충격과 슬픔에 빠져 힘든 시절을 보냈다"면서 마약류 복용이 질병 때문이었음을 설명했다.

현 소속사 측도 "박봄은 현재까지도 ADD라는 병을 앓고 있고, 국내 대학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한국에서 복용할 수 있는 성분이 비슷한 합법적인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고 있다"면서 "병을 이겨내려 노력하고 있으니 따뜻한 시선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도움말 = 배승희 로앤피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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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