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野 반발 우려에
선거법+검·경수사권, 공수처법
핵심 법안만 패스트트랙 제안
[ 박종필 기자 ] 선거제 개혁을 고리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공조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연대’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연대의 한 축인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바른정당 출신 보수파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포함시키는 데 반발하고 있어서다.
바른미래당은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법 개정을 비롯해 상법 및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등 민주당의 9개 중점 법안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지만 일부 의원의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바른정당 출신인 정병국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부·여당이 내놓은 선거제 개편안은 반쪽짜리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 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배분 선거제도)에 불과하다”며 “누더기 선거법을 쟁취하기 위해 우리 당이 그렇게 싸워왔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도 없는 이런 안을 정부·여당의 술수에 넘어가 다른 법과 연계해 패스트트랙에 올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내 최다선(5선)이자 바른정당계의 좌장 역할을 해온 정 의원이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의 ‘패스트트랙 연대’ 참여 방침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하태경 의원도 “선거제 개혁을 일종의 날치기로 하겠다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라며 “이 상태로 패스트트랙에 가는 것은 자유한국당만 키워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상욱 의원은 “여당이 원하는 법안을 그대로 받아 선거제 개혁을 한다면 누구를 위한 선거제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지난 10일 김관영 원내대표가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민주당의 중점 법안은) 바른미래당 입장에서 특별히 반대할 만한 내용이 없다”며 동조 의사를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 당 지도부 입장에서도 패스트트랙 공조에 참여할 명분이 떨어진다”며 “바른정당 출신들의 불만이 커지면 손학규 대표 체제에서 애써 봉합됐던 균열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야당 일각의 반발을 고려해 민주당은 이날 야3당에 선거법과 함께 처리할 패스트트랙 개혁 법안으로 ‘공직자비리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등 2개 법안만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법안은 문재인 정부에 핵심 개혁 입법 과제로 꼽혔으나 그동안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의 반발로 국회 통과에 난항을 겪었다.
공정거래법 등 경제 관련 법안과 국가정보원법 등은 야당의 이견을 반영해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은 바른미래당 등 일부 야당에서 기업 부담을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 논의의 속도를 내기 위한 판단”이라며 “공수처법과 검경수사조정법은 야3당에서 모두 동의한 부분인 만큼 패스트트랙을 곧바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