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내내 손실, 속 태워
올 들어 코스닥 반등으로 기지개
[ 마지혜 기자 ]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시장 급락으로 큰 손실을 본 코스닥벤처펀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사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KTB자산운용의 ‘KTB 코스닥벤처펀드 2호’는 설정 후 수익률이 최근 플러스로 돌아섰다. 올해는 우량 제약·바이오주와 정보기술(IT) 관련주가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코스닥벤처펀드들의 성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드디어 부진 털고 반등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출시된 ‘KTB 코스닥벤처펀드 2호’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지난 11일 기준 0.19%(A클래스 기준)로 집계됐다. 작년 하반기부터 내내 손실을 보다가 지난 7일 플러스 수익률(0.06%)로 전환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브레인 코스닥벤처펀드’의 설정 후 수익률도 11일 기준 -0.24%(A클래스)로 플러스 전환을 코앞에 뒀다. 공모주 투자 성과가 높고 지난해 하락장에서도 코스닥150 지수 선물 매도 등으로 선방한 ‘에셋원 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펀드’는 설정 후 수익률이 6.08%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 신주나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에, 35%를 코스닥시장 상장 중소·중견기업 신주 또는 구주에 투자하면 운용사에 공모주 물량 30%를 우선 배정해 주는 상품이다. 투자자에겐 최대 3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의지와 세제 혜택을 등에 업고 3조원가량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 거시 이슈가 한국 증시를 덮치고, 반도체 경기 둔화로 IT 중소형주들이 된서리를 맞은 가운데 금융당국의 제약·바이오기업 회계감리 등의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금융시장에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코스닥벤처펀드 출범으로 기업들의 CB 발행이 폭증하면서 CB 시장이 과열되고, 신규 공모주 수요 급증으로 공모가가 높아져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바이오주 랠리+IPO 시장 활황 기대
올해는 코스닥벤처펀드 성과에 대한 기대를 높여볼 만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된 가운데 실적이 뒷받침되고 개별 호재를 가진 중소형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닥지수는 올 들어 11.71% 상승했다. 12일엔 15.67포인트(2.12%) 오른 754.76에 마감했다. 제약·바이오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에이비엘바이오(29.79%)는 신고가를 쓰고 셀트리온헬스케어(3.59%) 등 대장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최근 펀드매니저들은 ‘바이오주 열공’에 들어갔다. 이달 말 미국암학회, 5~6월 미국임상종양학회 미국당뇨학회 등 굵직한 행사들이 예정돼 있다. 임상시험 결과가 좋게 나오고 기술 수출 등의 호재가 있는 기업들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모주 투자 수익률도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황준혁 KTB자산운용 매니저는 “지난해 미뤄진 알짜기업 기업공개(IPO)가 올해 이뤄질 예정이고 IPO 시장의 공모가 범위도 지난해보다 낮아져 있어 수익을 내기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매니저는 “정부가 최근 바이오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서고 다음달 ‘바이오헬스 중장기 전략’을 내놓겠다고 발표하는 등 정책적 지원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는 점도 코스닥시장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