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소비자 겨냥한 감성 디자인 눈길
전문가 "비싼 용품보단 자신에게 맞는 것 찾아야"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 모씨(여·27)는 1년 전 우연히 지인들과 캠핑장에 갔다가 캠핑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후 그녀는 한 달에 1~3차례 꼭 시간을 내 캠핑장에 가고 있다. 박 씨는 "캠핑 장비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집을 나서기 전 텐트를 챙길 때 심장이 두근댄다"며 "당분간 연애보단 캠핑에 집중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캠핑용품을 찾는 여성들이 늘어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워라밸 트렌드와 함께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유통업체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12일 온라인쇼핑몰 티몬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전체 캠핑용품 시장에서 여성 소비자가 차지한 비율이 60%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캠핑용품을 더 많이 구매할 것이란 편견을 뒤집은 결과다.
여성 소비자들의 텐트 구매 비중은 2016년 처음으로 60%를 넘긴 이후 2017년과 2018년에는 68%를 기록했고 올해에는 7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여성 소비자들은 캠핑용품 중 복잡한 설치 과정이 필요없는 원터치 텐트(46%)와 보온 기능을 갖춘 방한텐트(45%)를 가장 선호했다.
티몬 관계자는 "최근 3년 연속 여성들의 캠핑용품 구매가 남성을 앞질렀다"며 "나들이 형식으로 가볍게 캠핑을 떠나는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설치와 철거가 편리한 원터치텐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약 60만명이던 국내 캠핑 인구는 2016년 5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엔 10배인 600만명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캠핑시장 규모를 2008년 200억원에서 지난해엔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캠핑 시장의 성장을 여성 캠핑족이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주52시간 근무제 확대에 따른 유망 여가·생활서비스 분석'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의 중견기업 이상에 종사하는 30대 여성 등 에코세대가 여가생활의 변화를 주도하는 계층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캠핑이 상대적으로 고비용이지만 가치관 변화로 인해 향후 성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캠핑업계도 여성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캠핑용품 업체 '세이즈'의 방진방수 케이블릴(야외용 전기 연장 전선) '세이즈 X2 IP 핫핑크', '세이즈 X2M IP 핫핑크'는 여성 캠핑족의 컬러 취향에 맞게 핑크·옐로, 핑크·블루 포인트 컬러로 디자인됐다.
지난해 봄 출시한 이 제품은 지난달 28일부터 3월 3일까지 진행된 '2019 캠핑앤피크닉페어'에서 여성 캠핑족에게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캠핑 용품으로 꼽혔다.
화장품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에서 출시한 '일리윤 컴포트 레스트 라인', '일리윤 컴포트 레스트 릴리프 밤', '일리윤 컴포트 룸 스프레이'가 땀과 유해환경으로부터 자극 받은 여성의 피부를 보호하기에 적합해 봄철 캠핑, 등산을 즐기는 여성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라고 추천했다.
또한 짐을 줄여하는 여성 캠핑족을 위해 비누 대신 물이 닿으면 거품이 만들어지는 샤워 티슈도 추천했다. 이 제품은 한 장씩 가볍게 쓸 수 있어 뛰어난 휴대성으로 여성 캠핑족에게 인기라는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캠핑을 즐기는 여성 고객들의 피부를 위해 기획된 이 제품들은 야외 활동에서 오는 땀, 외부 유해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에서 2만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캠핑 전문 인플루언서 김엄지(인스타그램 ID:thumb_k_camping)씨는 "최근 자신의 인생을 즐기려는 젊은 여성이 많이 늘어나 인스타그램 DM (다이렉트 메세지)을 통해 캠핑을 물어보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며 "캠핑은 체력적으로 무리가 큰 레저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캠핑을 하려는 젊은 여성들은 앞으로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위험한 곳은 피하되 믿을 수 있는 동료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여성들에게 캠핑을 적극 추천한다"며 "처음부터 비싼 용품으로 무리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캠핑용품을 찾아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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