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 대학별 논술전형
(1) 연세대학교
2020학년도 논술시험에서 최대의 이슈가 될 학교는 아마도 연세대가 될 것입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대학에서 논술성적 100%,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것만으로 이미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 몇 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논술 축소 경향에서도 단일 전형으로 607명(전년도 대비 36명 축소)이라는 상당히 많은 수를 선발하므로 현실적인 합격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단, 의과대학 논술 폐지)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 논술성적 100%로 선발
그동안 연세대는 상당히 수준 높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해왔기 때문에 논술시험뿐만 아니라 수능 성적의 부담 역시 높았습니다. 물론 연세대를 지망하는 최상위 성적대의 학생들이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상당수 학생이 수능최저학력 미충족으로 불합격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논술 성적이 어떤가와 상관없이 불합격하는 상황이므로 오랫동안 논술을 준비해 온 학생으로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논술전형을 지원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논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또 그렇다고 수능 공부에만 매달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특히 연세대 논술시험이 수능 이후 실시되는 것으로 변경된 이후에는 원서를 접수해 놓고도 가채점 결과 애초에 수능최저학력기준 미충족으로 불합격할 것이라 예견돼 논술시험조차 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지원 경쟁률에 비해 실질 경쟁률(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 지원자들끼리의 경쟁률)이 낮아지는 진풍경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올해부터 연세대가 수시의 모든 전형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한다는 것은 분명 그 자체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득일실(一得一失),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고 했던가요? 대학 측에서는 수험생의 부담 완화를 위해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한다고 밝혔는데 실제 수험생의 입장은 어떨까요?
속된 말로 ‘원서 장사’하려는 것 아니냐. 얼마나 많은 수험생이 부나방처럼 달려들까? 그 경쟁률에서 살아남으려면 또 얼마나 논술 실력이 뛰어나야 하는가. 연세대만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대학 지원도 고려해야 하는데 여전히 수능 공부를 등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논술 부담이 더 높아진 것 아닌가. 논술로 합격하는 게 로또 당첨만큼이나 힘들다는데 경쟁률마저 높아지면 진짜 가능성이 있는 건가? 등등 제가 사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학부모, 학생들의 반응으로 볼 때 연세대 논술시험에 대한 부담이 더 높아진 것 같습니다.
제대로 준비하면 승산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논술전형은, 특히나 논술성적 100% 선발 전형은 수험생들에게 분명 기회입니다. 수많은 학생, 학부모가 논술(어쩌면 수시전형 모두)전형에서 어떻게 해야 합격하는지 그 과정이 불투명하고 의심스럽다고 합니다. 어떻게 써야 합격하는지 알 수 없고 실제 합격한 학생도 자신이 잘 써서 합격한 건지 어떤 건지 확실하지 않다고 여기는 시험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논술은 깜깜이 전형이 아니라 준비한 만큼 분명 성과를 낼 수 있는 전형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연세대가 논술시험을 통해 선발하고자 하는 학생의 역량이 무엇인지에 주목하고 기출 문제에서 요구되는 사고력, 독해력, 답안 작성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하면 됩니다. 새가 오기를 바란다면 먼저 나무를 심으라고 했습니다. 논술전형으로 합격하고자 한다면 먼저 내실 있는 논술 공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다면사고형 논술’로 종합적 사고능력 평가하죠
연세대는 논술 문제를 고교과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고교과정을 성실히 수행한 학생들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문제를 출제하고자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교과서, 수능기출문제 등에서 다루는 주제의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주제들이 출제돼 온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논술전형에서 교과 성적과 수능성적이 반영되지 않더라도 내신과 수능공부를 성실히 하는 게 기본입니다. 교과 성적과 수능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논술 공부란 모래 위의 성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연세대가 최하위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고자 논술 100%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게 아닐 겁니다. 어쩌면 교과 성적과 수능성적을 굳이 반영하지 않아도 논술전형에서 선발되는 학생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또 그런 만큼 논술문제의 난도가 무척 높습니다.
다뤄지는 주제의식은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내용이지만 이를 답안으로 작성하기는 무척 어렵다는 것입니다. 쉽게 읽히는 제시문이지만 담고 있는 주제의식의 깊이가 상당하고 주제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제시문을 배치해 통합적인 사고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대응하기 결코 쉽지 않습니다. 또 그래프(사진)를 제시문과 연관지어 사고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요구되는데 겉으로는 간단하게 읽히는 것 같지만 다른 제시문들과 연관지어 해석, 의미를 분석하는 단계까지 나아가면 그 내용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따라서 연세대를 목표로 삼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그동안 출제돼 온 기출문제를 토대로 논술문제, 즉 다면사고형 통합논술문제에 익숙해지고 그에 맞는 답안을 작성하는 훈련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