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1970년대부터 공적 보육 등 다양한 대책으로 성과

입력 2019-03-11 09:00
Cover Story - 초비상 걸린 한국의 저출산

일본은 최악 면해…한국 2020년 출산율 목표 이미 어려워져


[ 성수영 기자 ] 한국이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출산 장려책을 펼치기 시작한 시점은 2006년이다. 늑장 대응의 대가는 컸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로 떨어진 것이다.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는 1970년대부터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쳐 효과를 거뒀다. 이웃나라 일본도 1989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1.57로 떨어지는 ‘1.57 쇼크’를 겪은 뒤 대책 마련을 서둘렀다. 선진국들의 저출산 대응 노력을 적극 배우지 않으면 더 심각한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파격적인 출산·육아 지원책 편 유럽

프랑스는 파격적인 출산·육아 지원을 통해 저출산을 효과적으로 극복해 왔다. 1977년부터 육아휴직제를 도입한 프랑스는 여성에게 육아휴직을 3년 동안 보장하고 첫째 아이 출산 때부터 6개월간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2001년 ‘아버지 휴가제도’를 법제화해 남성 역시 최장 14일 동안 임금의 100%를 받으며 아이를 돌볼 수 있다.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2016년 기준 1.96명으로 유럽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스웨덴도 프랑스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은 자녀가 태어난 지 1년 6개월이 될 때까지 아무런 손해 없이 휴직할 수 있다.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칠 때까지 근무시간의 절반만 일하거나 노동시간을 4분의 1로 단축할 수도 있다. 휴직을 하더라도 부모보험 제도를 통해 휴직 직전 소득의 80%를 1년간 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 스웨덴은 2000년대 들어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00년 1.54명에서 2016년 1.85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들 국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공적 보육 서비스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프랑스의 3세 이상 아동은 교육부가 관할하는 보육학교에 입학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이용자가 비용의 19%만 부담하면 1~5세 아동을 전일제 유치원에 보낼 수 있다. 보모가 1~12세 아동을 3명까지 돌봐주는 가정보육, 하루에 2~3시간씩 이용할 수 있는 공개 아동센터도 있다. 해마다 부모들이 유치원 추첨 대란을 겪어야 하는 한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저출산 대책 올인’ 일본, 최악은 면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저출산 대책을 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1999년 톱스타 아무로 나미에의 당시 남편을 홍보대사로 등장시켜 ‘육아를 돕지 않는 남자를 아빠라고는 부르지 않는다’는 캠페인까지 진행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추세를 반전시킨 건 정부의 파격적인 대책이다. 아베 신조 총리 정부는 투입한 시간과 재정에 비해 성과가 미흡했다고 보고 2015년 내각부(총리실)에 ‘1억 총활약 추진실’을 출범시켰다. 관련 장관직도 신설했다. 일본이라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억 명의 인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이 같은 노력 덕에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었다. 2005년 1.26명이던 합계출산율은 매년 소폭 상승해 2016년 1.43명으로 올랐다. 2017년 수치가 전년보다 0.01명 떨어지자 일본 언론에선 “비상이 걸렸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사회 전체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 “한국도 총력전 펼쳐야”

한국의 저출산 대응은 이들 국가에 비해 미흡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출산율 목표(2020년 1.5명)가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대신 삶의 질을 개선해 자연스럽게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 인구 정책이 그렇게 큰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저출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리는 건 중요하다”며 “대책을 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출산율이 추가 하락하고 그 결과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NIE 포인트

세계적으로 저출산 상황이 어떤지를 정리해보자. 저출산 정책이 성공한 국가와 실패한 국가를 알아보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해 보자. 해외 국가들이 펼친 저출산 정책 중 어떤 것이 한국에 가장 효과적일지 토론해 보자.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