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갈등 푸는 게 먼저"
선제적 대응이 긍정적 영향
[ 오상헌 기자 ] 삼성전자가 오랜 기간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또 하나 풀었다. 반도체 백혈병 분쟁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갈등을 지난해 해소한 데 이어 5년째 표류해온 ‘평택 반도체 송전선로 분쟁’ 해법도 찾아냈다. 원칙만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사회적 갈등을 푸는 게 먼저’라며 한층 유연해진 삼성의 대응 방식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년 전만 해도 삼성에는 10년 넘게 사회적 갈등을 불러온 난제가 수두룩했다. 반도체 백혈병 분쟁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 근로자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 불거진 분쟁은 11년 동안 이어진 공방 끝에 지난해 종결됐다. 백혈병 등 희귀 질병과 작업환경 간 인과관계가 100%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삼성은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 제조업무를 맡은 근로자 중 피해 가능성이 있는 사람까지 보상해주기로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와의 갈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했다. 협력업체 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직접 업무 지시를 받는 만큼 직원으로 인정해달라”고 10년 넘게 요구했지만, 삼성은 꿈쩍도 안 했다. 2013년 법원도 삼성의 손을 들어준 터였다. 하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삼성은 지난해 90여 개 협력업체 직원 8700여 명을 직접 고용하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작년 9월에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도 완전히 끊었다. 일부 시민단체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2020년까지 18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4만 개를 창출하기로 한 것이나 청소년 교육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도 ‘국가대표 기업’에 바라는 정부와 국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측면이 컸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진심을 다해 사회와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