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하원 12일 합의안 2차 투표
[ 이현일 기자 ]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한을 연장하더라도 최대 100일 정도까지만 늦춰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전날 영국 정치권이 EU의 북아일랜드 국경 관련 양보안을 다시 거부하자 불확실한 상황을 오래 끌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안토니오 타야니 EU 의회 의장은 9일(현지시간) 독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오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더라도 7월 초까지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하원은 12일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에 대한 2차 승인투표를 할 예정이다. 합의안 승인이 무산되면 영국 하원은 다음날 ‘노딜 브렉시트’(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에서 탈퇴)냐, 브렉시트 연기냐를 놓고 표결한다.
타야니 의장은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아무런 합의 없이 극도의 혼란 속에 이뤄지는 브렉시트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딜 브렉시트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렉시트 시행일은 3월 말에서 최대한 7월 초까지 몇 주간 연기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7월 초를 언급한 것은 유럽의회가 5월 23~26일 선거를 통해 차기 의원을 선출하고 오는 7월 초 차기 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선 영국 출신 의원 몫은 선출하지 않는다. 만약 영국이 EU 탈퇴를 늦춰 회원국 자격을 유지할 경우 애매하게 의회 내 대표자를 갖지 못한 회원국 처지가 된다.
그러나 협상의 쟁점인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국경의 ‘안전장치(backstop)’ 규정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브렉시트로 그동안 자유롭게 왕래하던 북아일랜드 국경에서 통행·통관 절차가 부활해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영국 행정부는 영국 전체 또는 북아일랜드가 EU 관세동맹에 잠정적으로 잔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종료 시점이 명시되지 않아 강경론자들이 반발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협상 수석대표가 지난 8일 영국에 일방적으로 EU 관세동맹을 탈퇴하는 권한을 주는 방안까지 제시했으나, 영국 보수당 지도부는 “EU 양보안이 북아일랜드를 다르게 취급해 영국의 통일성을 저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