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용 加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
뉴욕 'K팝 100주년 토론회'서 진단
[ 김현석 기자 ]
“일본 음악의 영향을 받아 발전해온 K팝이 이제 J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사진)는 미국 컬럼비아대 동아시아연구소가 지난 8일 뉴욕에서 주최한 ‘K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 근대음악은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일본 엔카 등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제 K팝이 일본에 영향을 주는 등 상호 교류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진 교수에 따르면 단순하던 일본 J팝 그룹의 춤은 최근 K팝을 따라 더 역동적인 안무로 바뀌고 있다. 일본 아이돌 그룹 AKB48이 지난해 ‘티처 티처(Teacher Teacher)’라는 곡을 만들었는데 한국 안무가를 고용해 K팝과 비슷한 춤을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또 일본은 지식재산권에 집착해 유튜브 등을 활용하지 않았으나 최근 K팝의 국제적 성공을 보고 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진 교수는 “음반 판매가 수익의 85%를 차지하는 일본 음악업계는 지식재산권에 집착해왔지만, 일본의 대표적 연예기획사인 자니스(Johnny’s)가 지난해 처음 유튜브 계정을 여는 등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등 K팝을 벤치마킹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진 교수는 과거 일본은 세계 시장에 진출할 때 일본 특성이 없는 이른바 ‘국적 없는 노래’를 제작했지만 가사, 안무, 뮤직비디오에 이르기까지 한국적 특성을 잘 살린 방탄소년단(BTS)의 성공 등을 보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TS의 히트곡 ‘아이돌’을 보면 ‘지화자 좋다’ 등의 한국적 가사와 한국적 춤사위가 들어가 있다. 김숙영 미국 UCLA 교수는 “K팝의 세계적인 인기는 유튜브 문화의 확산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알드 말랭카이 호주국립대 교수는 “대중가요가 세계적으로 전파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요소와 문화적인 요소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며 “K팝처럼 두 요소에서 모두 최고의 위치에 오르면 국가적인 소프트 파워가 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