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내 채용 가능한 일자리' 턱없이 부족
제조업 일자리 '직격탄'…1월만 보면 2010년 이후 최저
도·소매업 1만1660개 줄어…저소득층 실업자 6.9%P↑
[ 이태훈 기자 ]
올해 초 실업자 수가 19년 만에 가장 많아졌지만 한 달 이내 채용이 가능한 ‘빈 일자리’는 8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가 올라가자 기업들이 아예 고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자리 감소는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소득 하위 20% 계층 중 가구주가 실업자이거나 비경제활동 인구인 비율이 70%를 넘어섰다.
크게 줄어든 빈 일자리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종사자 1인 이상 국내 사업체의 빈 일자리는 올해 1월 마지막 영업일 기준 16만6700개로, 1년 전의 20만6417개보다 3만9717개 감소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빈 일자리 감소 폭은 2011년 9월(6만850개) 이후 88개월 만에 가장 컸다.
빈 일자리란 현재 비어 있거나 1개월 안에 새로 채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의미한다. 노동시장에서 실업자를 취업자로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얼마나 있는지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지난 1월 실업자 수는 122만4000명으로 2000년(123만2000명) 이후 최다였다. 작년 1월(102만 명)보다는 20만4000명 늘었다. 실업자는 증가하는데 이들을 받아줄 빈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빈 일자리는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2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올해 1월 빈 일자리는 동월 기준으로 2012년(14만850명) 이후 7년 만에 최소로 줄어들었다.
산업별로는 급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좋은 직장으로 꼽히는 제조업에서 가장 많이 감소했다. 올해 1월 제조업 사업체의 빈 일자리 수는 3만5114개로, 1년 전보다 1만2761개 줄었다. 역시 2011년 9월(-2만6667개) 이후 8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1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올해가 가장 적었다.
올해 1월 도·소매업의 빈 일자리는 2만2082개로, 1년 전보다 1만1660개 줄었다. 1월 기준으로는 7년 만에 가장 적었다.
저소득층이 ‘직격탄’ 맞아
저소득층에서 실업자나 비경제활동 인구(일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사람)가 급격히 늘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작년 4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에서 가구주가 실업자나 비경제활동 인구에 해당하는 비율은 71.9%였다. 1년 전 65.0%보다 6.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인 이상 전 가구(농어가 제외) 중 균등화 가처분소득이 하위 20%인 계층(1분위)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균등화 가처분소득은 가구원 한 명이 누리는 가처분 소득의 크기를 보여준다. 가처분 소득을 가구원 수의 제곱근으로 나눈 값이다.
1분위 가구주 중에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용직 취업자 비율이 1%대에 불과했다. 2017년 4분기만 해도 4.3%였는데 작년 4분기에는 1.7%로 2.6%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고용주 비율은 1.3%에서 0.9%로, 자영자 비율은 7.4%에서 7.3%로 각각 하락했다. 자영자는 임금 근로자가 아닌 상태에서 노동소득을 벌어들이는 경제활동 주체를 의미하며,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다.
임시직은 16.6%에서 12.6%로 떨어졌고, 일용직은 4.6%에서 5.3%로 높아졌다. 최근 최하위인 1분위 가구주의 지위 변화에 비춰보면 일을 하지 않거나, 취업 상태를 유지했더라도 기존보다 열악한 일자리로 이동하면서 소득 상황이 악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별로 분석해보면 작년 4분기 1분위 가구주 가운데 만 65세 이상이 64.1%로 가장 많았다. 50∼64세가 21.3%로 뒤를 이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