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괴산, 만세운동 聖地, 완도에선 비밀결사 항쟁…안동, 독립유공자 350명

입력 2019-03-10 15:23
여행의 향기

순국선열의 혼 살아있는 항일운동 현장


[ 이선우 기자 ] 오는 4월 11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임시정부 수립일을 기다리며 오직 하나, 내 나라 내 민족의 독립을 위해 사랑하는 가족, 그리운 고향을 등지고 하나뿐인 목숨까지 바친 수많은 순국선열의 마음을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 일제의 갖은 탄압과 핍박 속에서도 조국 독립의 의지를 불태웠던 순국선열의 혼이 살아있는 항일운동 역사의 현장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독립만세 운동의 본거지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과 ‘유관순 열사 생가’가 있는 충남 천안은 항일운동 역사탐방의 필수 코스다. 1987년 8월 15일 개관한 천안 독립기념관은 우리 민족이 겪은 갖은 시련과 이를 이겨낸 극복의 역사를 담고 있다. 천안시 목성읍 흑성산 아래에 있는 기념관은 총 7개 전시관에 걸쳐 선사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이 겪은 시련과 국난 극복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국 민초들이 펼친 의병전쟁, 안중근 의사 의거 등 구한말 국권 회복을 위해 국내외에서 들불처럼 퍼진 독립운동의 역사를 사진과 영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념관에서 차로 15분 떨어진 곳에는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을 이끈 유관순 열사 생가가 있다. 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에 재학 중이던 유 열사는 1919년 3·1운동에 이어 4월 1일 고향 천안에서 사촌 언니 유예도와 함께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만세운동 당시 일제에 의해 가옥과 헛간이 모두 불타고 사라진 유 열사 생가는 1991년 복원됐다. 생가 옆으로 기념비와 열사가 다니던 매봉교회가 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는 유 열사의 영정을 모신 추모각과 동상, 기념관 등이 있는 유관순 열사 사적지가 있다.

대를 이어 전해진 항일정신 ‘충북 괴산’

충북 괴산군 괴산읍 괴산보훈공원 인근 ‘홍범식 고가’는 대를 이어 항일운동을 이끈 독립운동가 집안의 역사가 전해지는 곳이다. 한일합병조약이 체결된 1910년 금산군수이던 일완 홍범식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일제에 항거했다. 본관이 풍산(豊山)인 홍범식은 조선의 대표적인 명문가 출신이다. 정조의 생모인 혜경궁홍씨의 후손인 그는 1888년 벼슬길에 올라 태안군수와 금산군수를 지냈다.

홍범식의 아들은 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 당시 홍범식은 아들에게 “조선 사람으로 의무와 도리를 다해 빼앗긴 나라를 기어이 되찾아야 한다. 죽을지언정 친일하지 말고 먼 훗날에라도 나를 욕되게 하지 마라”는 유서를 남겼다.

젊은 시절 고향 괴산을 떠나 경성에서 활동하던 홍명희는 1918년 고향 괴산으로 내려와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그는 1919년 3월 괴산산막이시장 거리에서 주민 1500여 명이 참여한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홍명희 주도로 괴산에서 펼쳐진 만세운동은 이후 충북지역 전체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홍범식 고가는 조선 후기 중부지방 전형적인 양반가의 특징을 보여준다. 뒤로는 장군봉, 앞으로는 동진천이 흐르는 아늑한 주변 풍경과 함께 집안 구석구석 대를 이어 변함없이 전해져 내려온 독립운동가의 변함없는 기개를 느낄 수 있다.

도심 속 항일운동의 발자취 ‘서울 종로·중구·망우리’

서울 종로 ‘서울역사박물관’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등 근대 서울의 변화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1910년 강제 병합과 동시에 경성부(京城府)로 격하된 당시 서울 모습이 담긴 사진과 모형이 전시돼 있다. 1930년 서울 시내를 오가던 전차 381호와 1995년 철거된 조선총독부 건물의 부재는 야외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도보로 5분 떨어진 곳에 있는 ‘경교장’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인 백범 김구 선생이 집무실과 숙소로 쓰이던 곳. 1919년 중국 상하이에서 임시정부를 세운 김구 선생은 1945년부터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1949년 김구 선생이 서거한 장소이기도 하다. 강북삼성병원 안에 있는 경교장은 당시 백범 선생과 임시정부 요인들이 사용하던 집무실과 욕실, 응접실 등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해 놨다.

중구 정동극장 뒤 ‘중명전’과 중랑구 ‘망우리공원’도 항일운동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1901년 덕수궁의 별채이자 황실 도서관 용도로 건립된 중명전에선 1905년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제로 빼앗은 을사늑약이 체결됐다.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은 33인 민족대표로 3·1 독립선언을 주도한 만해 한용운을 비롯해 위창 오세창, 호암 문일평 등 독립운동가 9인의 묘, 유관순 열사 분묘합장표지비와 함께 조국의 독립을 열망하다 생을 마친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는 연보비가 곳곳에 세워져 있다.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완도 소안도’

전남 완도군 소안도는 일제강점기 평화적 시위와 무력 항쟁, 교육·노농 운동, 비밀결사와 법정투쟁 등 다양한 항일운동이 전개됐다. 6000여 명에 불과한 섬 주민 가운데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20명, 독립운동가가 89명에 이른다.

소안도의 끈질긴 항일정신은 소안항일운동기념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념관에는 항일운동의 시작이 된 당사도등대 습격사건을 비롯해 일본과 치열한 법정투쟁을 벌인 끝에 승리한 전면 토지소유권 반환 청구소송, 섬 주민들이 모금을 통해 설립한 사립소안학교 등 소안도 항일운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유물과 기록이 전시돼 있다.

2003년 평생학습원과 작은도서관으로 복원한 사립소안학교는 친일 매국노 이기용의 토지 사유화에 맞서 13년간 벌인 법정투쟁의 승리를 기념해 설립됐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금해 세운 학교는 1927년 항일운동의 배후로 지목돼 강제 폐교됐다. 당시 폐교 결정에 강하게 반발한 800여 명의 주민은 일제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 고초를 겪었다. 사립소안학교 작은도서관은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항일 독립운동의 성지 ‘경북 안동’

경북 안동은 시·군 단위에서 가장 많은 350여 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도시다. 구한 말 신학문을 접한 안동의 혁신 유림은 일제의 강제 합병 이후 만주로 건너가 항일투쟁의 전면에 나섰다. 영화 <밀정>에서 배우 공유가 연기한 의열단원 김우진은 안동 출신의 독립투사 김시현을 모티브로 했다.

1894년 갑오의병부터 1945년 광복에 이르는 안동, 경북 출신 독립지사의 활약상은 ‘경상북도 독립운동기념관’의 각종 문헌과 영상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안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립운동 명소 중 하나는 ‘임청각’이다. 고성 이씨 종택인 임청각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다. 이 선생의 집안은 3대가 항일운동에 나서 독립유공자만 10명에 이른다.

99칸 가옥이던 임청각은 일제가 앞마당을 가로질러 중앙선 철도를 놓으면서 대문과 행랑채 등 수십 칸이 강제 철거됐다. 임청각 안 군자정에는 퇴계 이황이 쓴 현판과 독립유공자 증서가 나란히 걸려 있다. 내부 전시관에는 이상룡 선생 가족의 험난했던 항일투쟁의 여정이 기록돼 있다. 최근 복원이 결정된 임청각은 내부 관람이 가능하며 고택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