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다리미를 만든 스위스 중소기업 이야기

입력 2019-03-10 14:57


(김기만 중소기업부 기자) 2017년 8월 100만원이 넘는 스팀 다리미가 국내에 출시됐습니다. 가장 상위 모델은 가격이 400만원이 넘었습니다. ‘수백만원씩 하는 다리미에 돈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숫자가 4000대가 넘습니다.

주인공은 스위스 중소기업 ’로라스타’ 제품입니다. 이 회사는 유럽 스팀다리미 시장 점유율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또 전 세계 53개국에 제품을 수출합니다. 스위스 가정 보급률은 33%에 달합니다. 가정집 3곳 중 1곳은 로라스타의 다리미를 사용하는 셈입니다. 누적 판매수는 286만대에 달합니다.

직원수 240명의 스위스 중소기업은 어떻게 세계 시장을 장악했을까요. 로라스타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인 ’장 몬니’를 만났습니다. 그는 7일 열린 신제품 출시 기념행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2017년 이후 두번째로 한국을 찾은 장 몬니는 “기술력과 뛰어난 디자인의 제품이 많다는 점이 스위스와 한국의 공통점”이라며 “한국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잘입고 사회성도 뛰어나다”고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밝혔습니다.

장 몬니는 1980년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는 “스팀 다리미와 관련된 기술과 특허를 가진 발명가를 이탈리아에서 만났고, 주변에 있던 패션디자이너의 반응을 확인하고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옷의 재질, 섬유에 민감한 패션 디자이너들이 고급 다리미를 선호하는 것을 보고 사업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합니다.

그는 스팀 다리미 사업을 하기 전 시계와 액세서리 등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견습생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장 모니는 “시계 회사에 들어가 마케팅과 세일즈, 기술을 배웠다”며 “이후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스위스의 직업훈련은 주로 기업에서 일정 시간의 견습과 합께 직업전문학교에서 수업 형태로 진행합니다. 약 230개 직업 중 선택해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스위스는 이 제도 덕분에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청년 실업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라스타는 가족경영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장 몬니의 아들인 마이클 몬니가 글로벌 세일즈 디렉터를 맡고 있고, 딸인 쥴리 몬니는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장 몬니는 “스위스에서는 가족 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중소기업이 많다”며 “가족 기업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다음 세대를 위한 프로그램 등도 공유한다”고 전했습니다. 스위스 승강기 회사인 쉰들러, 커피머신 브랜드 ‘유라’도 가족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로라스타 제품의 생산은 주로 포르투갈에서 합니다. 연구개발(R&D) 센터는 본사와 함께 스위스에 있습니다. 장 몬니는 ’스위스 장인정신’의 토양은 산학협력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EPFL) 등과 중소기업의 산학협력이 유기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며 “스위스 사람들의 36%는 이민자들이다. 다른 문화에 대한 개방성과 표용성이 혁신의 토대가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스위스의 근로자는 일주일에 몇시간 근무하는 지 물었습니다. 그는 “평균적으로 주당 42시간 정도 일한다”며 “하지만 사람들에 따라서 더 많이 일하거나 적게 일하는 사례가 천차만별”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반대로 한국 사람들은 몇시간 일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했습니다.

로라스타는 설립 이후 40여년간 스팀 다리미에만 만들어 왔습니다. 앞으로는 스팀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장 몬니는 “스위스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지속가능성”이라며 “제품을 만들 때 수천번의 테스트를 거친다. 우리는 최소 10년 이상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보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끝) /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