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경쟁입찰 참여
인수대금 2000억 안팎 전망
非은행 성장 노리는 우리금융
인수하면 지주사 전환 첫 M&A
[ 정영호 기자 ] 우리금융지주와 대신증권이 국내 중형 자산운용사인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옛 알리안츠자산운용) 인수전에서 맞붙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중국 안방보험과 매각주관사인 JP모간이 실시한 본입찰에 우리금융지주와 대신증권 2곳이 참여했다. 안방보험과 JP모간은 일부 인수후보에만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적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 작업을 진행했다. 또 예비입찰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본입찰을 해 또 다른 자산운용사 매물인 하이자산운용보다 빨리 새 주인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실사에 참여한 맥쿼리금융그룹이 막판에 입찰을 포기하면서 동양·ABL자산운용 인수전은 우리금융과 대신증권의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인수 가격은 두 회사를 합쳐 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은 2015년과 2016년 모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이 차례로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되면서 안방보험그룹 소속이 됐다. 동양자산운용은 동양생명과 유안타증권이 각각 73%와 27% 지분을 갖고 있다. ABL자산운용은 안방에셋매니지먼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안방보험이 동양·ABL자산운용을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은 건 해외 자산 정리의 일환이다. 글로벌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안방보험은 재무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지난해 초 중국 산업구제기금으로부터 608억위안(약 10조2320억원)을 수혈받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동양자산운용의 자산 규모는 994억원으로 업계 13위다. ABL자산운용은 351억원으로 43위다. 두 회사를 합하면 자산 기준 8위권에 해당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와 대신금융그룹 등 대형 금융그룹에 편입돼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면 ‘톱5’ 진입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가 두 회사를 인수하면 지난 1월 14일 금융지주회사로 공식 출범한 뒤 성사시키는 첫 M&A가 된다. 지난달 14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비은행 금융계열사를 발 빠르게 인수합병해 2~3년 내에 1등 금융그룹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금융은 총자산 375조원의 98%를 우리은행이 차지할 정도로 은행 의존도가 높다. 하이자산운용 인수전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부동산신탁회사 보험사 등도 M&A할 계획이다.
대신증권은 자산 350억원(44위)의 대신자산운용을 두고 있다. 동양·ABL자산운용을 인수하면 자산 1695억원, 6위 규모의 자산운용사를 보유하게 된다. 대신금융그룹은 증권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M&A를 통해 사세를 키워왔다. 2011년 중앙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 도민저축은행을 인수해 대신저축은행으로 편입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