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쇼크'에 코스피 2130대로 후퇴…中·日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휘청

입력 2019-03-08 17:24
ECB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에 IT·자동차株 등 하락폭 커
상하이 -4.4%…닛케이 -2%


[ 강영연 기자 ]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8일 코스피지수가 214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4.40%), 일본 닛케이225지수(-2.01%)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하락폭을 키웠다.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지만 마땅한 경기 부양책은 내놓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둔화 우려에 코스피 ‘털썩’

이날 코스피지수는 28.35포인트(1.31%) 내린 2137.44에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9월 28일부터 10월 11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한 후 최장 기간 하락했다. 외국인투자자가 1745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올 들어 2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190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4593억원어치 순매도하며 팔자로 돌아섰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조정을 받았다. 삼성전자(-1.01%) SK하이닉스(-1.91%) 등 대형 정보기술(IT)주와 현대차(-3.98%) 현대모비스(-3.33%)를 비롯한 자동차주 등 수출 대표주의 하락폭이 컸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날 ECB가 유로존 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다”며 “유로존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 둔화가 가속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로화 약세에 따른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은 크게 상승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7원20전 오른 달러당 1136원20전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130원을 넘은 것은 1월 24일 후 처음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참가자들이 다가올 경기 부양 효과보다는 당장 눈앞의 성장 부진에 주목하면서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신일평 라임자산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은 환차손을 우려해 한국 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1분기 실적주엔 관심 둬야

유럽의 경기 둔화가 중국 등 아시아 실물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16.4%에 달할 만큼 두 경제권의 연관성이 크다. 미·중 무역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 경기까지 둔화되며 중국 수출은 ‘이중고’를 겪게 됐다.

중국과 연동된 한국 경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경기의 회복 여부가 중국 수출, 나아가 한국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당분간 국내 증시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주식시장에 뚜렷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연초 반등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은 “기업 실적 등 실물지표가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 해결 등 외부 변수에 관한 기대로 주가가 올랐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 개선이 뚜렷한 종목으로 포커스를 좁힐 것을 조언했다. 건설주와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2차전지 업종이 대표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가 있는 유가증권 종목 중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삼성엔지니어링,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