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가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용 안전망 강화 합의문’을 내놨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고용보험 혜택을 못받는 저소득 실업자에게 월 50만원가량을 6개월 동안 지급하는 것이다. 합의문은 실업급여 인상, 출산·육아 휴직자 임금 지원 확대 등 노동계 요구를 대부분 반영했다.
경사노위가 재원 조달 등에 대한 세밀한 밑그림 없이 실업부조 시행을 밀어붙이자 여기저기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한번 주기 시작하면 지원 금액과 대상이 자연히 늘게 마련이어서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한계산업과 부실기업에서 밀려나는 노동시장 약자를 위한 안전망이 아직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것은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 안전망이 충분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경기침체에다 노동시장이 경직돼 고용 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에 의존하는 안전망 확충만으로는 근로자의 ‘일자리 불안’을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가 넘쳐나 근로자들이 원하는 직종으로 자유롭게 옮겨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고용 안전망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안전망 확충과 함께 파견직 확대, 저(低)성과자 해고요건 완화 등 노동개혁을 추진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과 네덜란드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높인 ‘하르츠 개혁’과 ‘바세나르 협약’으로 경제 활력을 되살렸다.
노조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노동정책을 보완하는 것도 시급하다.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사용자 방어권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 선진국 중 한국은 파업 시 대체근로자 투입이 금지된 거의 유일한 나라다. 사업장 점거 파업 역시 외국에선 엄격하게 통제된다. 고용 안전망 구축과 노동시장 개혁이 동시에 추진돼야 일자리가 늘고 근로자 복지가 증진되듯,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맞춰져야 산업 현장 불확실성이 줄어 국가 경쟁력도 향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