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출시 늦어진 탓?…'세계 첫 5G 상용화' 내달로 미뤄져

입력 2019-03-07 17:33
과기정통부 발표

"품질 확보되는 시점에 하겠다"
사실상 3월 말 계획 접어…SK텔레콤 5G 요금제도 반려


[ 이승우 기자 ]
“이럴 줄 알았다.”

정부가 그동안 공언해왔던 5세대(5G) 이동통신 3월 상용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의 준비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가 ‘세계 최초’ 타이틀에 집착해 무리한 ‘데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3월 말 5G 상용화”→“3월 말 아닐 수도”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조정실장은 7일 2019년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5G 상용화를) 3월 말 반드시 추진하기보다는 품질이 확보되는 시점에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용화 시점이) 3월 말이 아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단말기 품질 확보를 위해 충분한 테스트를 하도록 제조사와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이 최초 상용화 국가가 되지 않을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오전 별도 설명자료를 통해 “5G 상용화는 네트워크, 단말기, 서비스 등 다양한 요건이 시장에서 준비돼야 가능하다”며 “정부는 통신사업자, 단말기 제조업체 등과 긴밀히 협의하고 상용화 준비상황을 파악해 가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해 5G 상용화 계획 지연을 사실상 인정했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19’에서 기자들에게 “다음달(3월) 마지막주에 세계를 향해 5G 상용화 선언을 한다”며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범부처가 협력해 스마트시티, 헬스케어, 안전, 환경 등 5G와 관련된 구체적 서비스 중심 전략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정부는 2017년 2월 5G 상용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19년 3월을 상용화 시점으로 못박았다. 미국(5월)이나 중국·일본(하반기)보다 이른 시점이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통해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등 5G를 활용한 융합산업을 한국이 주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였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오는 28일 5G 상용화 행사를 계획 중이었다. 범부처가 참여하는 ‘5G 플러스 전략’을 함께 공개하는 등 5G를 혁신경제의 주춧돌로 삼으려고 했다. 이동통신 3사와 스마트폰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대통령까지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행사였다.

단말기·요금제 모두 차질

하지만 이달 들어 3월 말 상용화 일정에 하나둘 변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제조사와 통신사 양쪽 모두 문제가 생겼다.

삼성의 갤럭시S10 5G 모델은 오는 22일 사전예약을 시작해 이달 말 출시될 것으로 전해졌으나 다음달 출시가 유력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품질 안정화와 제품 완성도 검증 절차가 남아 있어 이달 말 출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LG전자의 V50 씽큐 5G도 퀄컴 칩셋 출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며 이달 출시가 불가능해졌다. 자체 칩셋과 퀄컴 부품을 함께 사용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는 전량 퀄컴의 칩셋을 쓰고 있어 갤럭시S10 5G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퀄컴의 5G 모뎀칩은 5월 미국 5G 상용화 일정에 맞춰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5G 요금제를 두고 정부와 통신사가 ‘기싸움’을 벌이는 것도 일정이 지연된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일 SK텔레콤이 인가신청한 5G 요금제에 대해 ‘고객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반려했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3만~4만원대 중·저가 요금제 없이 7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 위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통신요금 인가제가 도입된 이후 정부가 통신사의 요금제 신청을 반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려 사유를 보도자료 형태로 내놓은 것도 이례적이다.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를 국정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통신비 상승을 막으려고 압박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SK텔레콤 측은 “5G 도입 초기에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얼리어답터가 가입할 가능성이 높아 고가 요금제 위주로 설계했다”며 “5G 가입자가 늘어나면 중·저가 요금제도 함께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지배자여서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하는 SK텔레콤의 요금제가 늦어지면서 KT와 LG유플러스도 곤란한 상황이 됐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성과로 삼으려고 무리할 게 아니라 한국의 5G 기술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는 데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