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미래 주역…"요즘 애들은 왜" 선입견은 접어두라

입력 2019-03-07 16:36
공병호의 파워독서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지음
웨일북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세대 차이로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일은 더더욱 힘들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과 더불어 일하고 생활하며 활동할 수밖에 없다. 임홍택이 쓴 《90년생이 온다》(웨일북)는 젊은 세대에 대해 ‘어떻게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은 공무원 시험 준비에 열정을 쏟는 요즘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사용한 좀 과격한 표현을 거르지 않고 쓴다면 ‘꼰대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상대를 알면 더 멋진 어른이 될 수 있고 더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이유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일단 책을 읽는 동안은 “이 친구들 왜 이래”라는 비판을 잠시 접어두라는 것이다.

책은 90년대생의 출현으로 시작해 90년대생이 직원이 됐을 때, 90년대생이 소비자가 됐을 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단 ‘90년대생’이란 표현에 90년대생 전체를 담을 수는 없다. 사람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참고하는 선에서 읽는 게 좋다는 의미다.

우선 그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불확실성으로부터의 위협이다. “월급이 많고 적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월급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요.” 90년대생의 생각을 담은 이 문장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들은 정년이 보장돼 있고 더 오래 월급을 받는 곳을 찾아간다. 구조조정의 위험이 없는 곳을 최우선으로 한다. ‘꼰대’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그런 생각이 확고한 90년대생을 만난다면 “반드시 그게 전부는 아니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쨌든 ‘90년대생들은 어떤 세대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준다는 점에서 유용한 책이다. 저자는 명료하게 세 가지 특징을 들어 그들을 설명한다.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다. 90년대생의 특징을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해 보여주는 것은 관찰과 분석을 기반으로 한 저자의 능력이다. “그들은 길고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문장으로 젊은 세대들의 간단함에 대한 선호와 생활화된 줄임말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 젊은 세대들과 함께 일하는 기성세대라면 평소 이들을 눈여겨보고 이 같은 선호가 자신에게 무엇을 뜻하는지를 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책은 실용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80년대생 이전의 사람들이 의미를 추구했다면 90년대생들은 재미와 유희를 추구한다”는 문장도 와닿는다. 그들이 기존 질서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는 것도 기성세대들이 주목해야 할 점이다. 별생각 없이 관행이라며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 그런 90년대생의 반발심과 만나면 대형 사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성세대들이 일독하면 유익할 책이다.

정성을 들여 잘 쓴 젊은 세대 분석서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