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지난달 28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결실 없이 끝난지 벌써 일주일째로 접어들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이 제재의 전면적 완화를 요구했다"는 기자회견을 정면 반박하는 등 진실게임 양상이 엿보이고 있다.
북미협상 결렬 후, 양국 실무진들이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존 볼턴 보좌관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조선중앙통신은 회담 결렬 직후인 지난 1일 두 정상이 이번 회담을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더욱 두터이 하고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은 지난 5일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면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하는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해 대북 압박성 발언을 내놓고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8일 방송되는 아리랑TV < A Road To Peace>에 출연해 북미 협상이 결렬된 가장 큰 원인에 대해 "북한은 비핵화 초기단계에서 제재 해제를 원한 반면,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제재’라는 레버리지를 끝까지 붙잡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우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제재 전체 해제를 원했다고 밝힌데 반해 리용호 외무상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닌 일부 해제, 즉 11건 중 5건 해제를 요구했다고 반박했는데, 북한이 해제를 요구한 5건의 제재안은 모두 2016년 부과된 2270호 제재안부터고, 미국이 볼 때는 이 제재안이 대북제재의 핵심일 것"이라 분석했다.
이어, 회담 결렬 과정에서 ‘수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이 어떤 역할을 한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제재 해제를 교환하기를 원한 것은 실무협상에서 미국 측에 전해졌을 것이고 미국은 북한 측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결렬 시나리오를 이미 구상했을 것이기 때문에 볼튼이 회담 결렬의 주된 요인은 아닐 것"이라면서 미국의 대북기조가 ‘압박’쪽으로 돌아설지에 대해서는 "영변 핵시설과 핵심 제재 해제를 교환하자는 북한의 요구로 인해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품었을 수 있고 현 제재 체제가 북한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비핵화에 이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현 제재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이번 회담 결렬에 대해 나쁜 합의는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오히려 긍정적인 분위기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면서 "현재 표면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잃은 것이 더 많아 보이지만 앞으로 북미회담의 의제로 제재완화가 반드시 다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도 얻은 것이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는 "제재완화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를 이끌어 내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유엔에 건의하고 북한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차 북미정상회담과 베트남 공식방문 일정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온 김 위원장의 모습이 최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됐다. 영상을 본 우정엽 센터장은 "북한 언론이 평양역에서 출발하는 영상을 비롯하여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을 속보로 전한 것으로 보아 이번 회담에 대해 북한이 가진 기대가 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면서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절대 실수하지 않는 완벽한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에 회담 결렬로 인한 압박이나 비난은 없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하노의 회담 결렬이 김 위원장 서울 방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올 가능성은 낮지만, 답방으로 인해 북한의 대미 협상 지위가 강화될 것으로 판단할 경우 올 수도 있을 것"이라 소회를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