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저금리 시대가 마무리되고 있다지만 돈 모으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매월 월급날이 돌아오더라도 대출금과 카드값, 공과금이 차례로 빠져나가고 나면 주머니는 얇아지기 마련입니다. 한경닷컴은 적은 돈부터 시작해보길 권합니다. 금융권에서 조금이라도 덜 쓰고 더 받는 방법을 모아 매주 [쌈짓돈]을 통해 연재합니다.
황금돼지해가 벌써 두 달 넘게 지났는데 2월분 급여와 함께 연말정산 환급금은 잘 받으셨습니까. [쌈짓돈]은 지난해 연말정산 시즌 당시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상품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에 7일에는 연금 포트폴리오 중간점검에 도움이 되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모아봤습니다.
연금저축과 IRP는 적립금 중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13월의 보너스' 지름길로 손꼽힙니다.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세액공제율 16.5%를 적용받고, 이를 초과하는 연봉자면 13.2%의 세액이 공제됩니다. 세제혜택과 함께 노후를 도와줄 '기댈 언덕'이 될 상품이기도 합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우선 금융소비자 본인의 투자성향을 파악하고, 연금계좌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통상 IRP 등 연금 상품에 가입한 후 방치하는 사례가 잦지만 꾸준히 관심이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의 90.1%(2017년 기준)가 운용지시를 전여 변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혹시 찔리지 않으시나요?
최근에는 금융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도 IRP 계좌 내 상품 변경이 가능해진 만큼 정기적으로 '보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공격적인지 보수적인지 투자 성향을 판단하고, 전문가와 상담을 거쳐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좋다는 설명입니다.
퇴직연금은 노년을 위한 적립금의 특성상 대부분 안전자산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IRP적립금을 예금 등으로 운용하는 경우 부보금융사별로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게 되는 장기투자자금의 특성상 일부 자금은 펀드 등 투자형 상품에 배분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형리 NH농협은행 WM연금부 차장은 "공격적인 투자성향의 투자자라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일부 담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다"며 "꾸준히 연금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점검하기 어렵다면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TDF는 투자자가 은퇴 준비자금 마련 등 특정 목표시점(타깃데이트)을 설정한 펀드에 투자하면, 자산운용사가 기간별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조절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입니다.
김 차장은 "다양한 자산운용사에서 특징적인 TDF 상품을 선보인 상황인 만큼 일정 금액을 다른 TDF에 나눠 넣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본인의 연금계좌에 대해 평가할 때는 어떤 점을 챙겨봐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금융사의 서비스, 수수료, 수익률 등 세가지 요소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을 추천했습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개인별로 원하는 연금 수령 방식이 다를 수 있는데 본인이 보유한 연금계좌의 금융사가 수시인출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본인에게 퇴직연금에 대해 충분한 정보와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기투자자금인 만큼 수수료와 수익률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수수료가 1% 미만에 불과하더라도 장기투자 시 수익금에서는 큰 차이를 내기 때문입니다.
펀드슈퍼마켓이 매월 30만원씩 연 4%의 수익률을 올리는 TDF 상품에 가입한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 한 결과를 보겠습니다. 해당 TDF의 총보수를 일반 가입 시 연 1.29%, 연금전용계좌에서 인터넷으로 가입한 Pe클래스는 0.83%, 펀드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S클래스는 0.63%로 설정해 10년간 부은 결과, 평가액은 각각 4072만원, 4159만원, 4198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보수에 따라 최대 126만원의 차이가 나게 된 것입니다.
다만 수수료에만 집중해 연금계좌를 옮기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아울러 연금계좌를 이전하는 경우 원금손실 등 손해가 발생하는지를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귀띔했습니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보험의 경우 납입 보험료 중에서 보험모집 수수료와 관리비 등을 5~15% 수준으로 제하고 적립되는 만큼 일정 기간 이후에야 원금에 도달합니다. 이전 기간에 연금계좌를 옮길 경우 손실이 나게 됩니다.
한 전문가는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상대적으로 위험자산 추천 경향이 있는 증권사가 맞을 수 있지만 주식 관련 금융상품들의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보수적이고 장기적인 접근 전략을 권하는 금융사의 장점이 클 수도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