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超)고농도 미세먼지 공습이 1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위성사진으로도 뚜렷하게 확인된 중국발 스모그와 대기 정체로 인해 역대 최악·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 인천이 세계에서 가장 미세먼지가 심한 도시에 오르고, 제주 한라산이 안 보일 정도다. 국민 건강의 심대한 피해에다 서민경제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늘(7일)은 미세먼지가 잠시 수그러들지만 주말에 또다시 ‘매우 나쁨’(76㎍/㎥) 수준을 보일 것이란 예보다.
전국이 온통 희뿌연 상태여서 숨쉬기조차 어렵고 숨을 곳도 없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수많은 국민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어디 갔느냐”고 정부에 묻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한 일이라곤 외출자제 문자 발송과 별 효과도 없는 비상저감조치 외에 뭐가 있느냐”는 질타도 쏟아진다.
“미세먼지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난 정권시절 발언이 거꾸로 야당의 비난소재가 돼 현 정부에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다. 미세먼지 대처가 비·바람을 학수고대하는 수준이라면 그게 무정부 상태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역대 정권 모두의 책임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어제 문 대통령은 “중국정부와 협의해 공동 비상저감조치, 서해상공 공동 인공강우 등을 추진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하지만 “한국의 미세먼지는 한국탓”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이 동의할지 의문이고, 설사 인공강우를 하더라도 국내에 가뭄을 부추길 위험성이 적지 않다. 국제 환경분쟁은 지속적이고 과학적인 대처가 필수다. 싱가포르가 숲을 태워 개간하는 인도네시아에 대해 국제기구에 꾸준히 피해 보고서를 제출하고 벌금·징역형을 포함한 ‘월경성(越境性) 오염방지법’까지 제정해 강력 대처한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30년 이상 된 노후 화력발전소 조기 폐쇄를 검토한다지만, 먼지 안 나는 원전 가동을 줄이고 석탄 발전을 늘려온 게 지난 2년이다. 탈원전과 미세먼지 감축 사이의 정책 모순부터 깊이 따져볼 때다. 무엇보다 미세먼지가 걷힌 뒤 정부가 또다시 문제의 심각성을 망각하고 흐지부지 넘기는 일이 되풀이돼선 결코 안 된다. “제발 숨 좀 쉬게 해달라”는 국민들의 호소야말로 가장 뼈아프게 들어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