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북 핵협상 불씨' 살리기 안간힘
조 장관 "금강산관광 단계 접근…개성공단은 美와 협의해 풀 것"
블룸버그 "문재인·트럼프 갈라섰다"…한·미 동맹 균열 우려 제기
[ 이미아 기자 ]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 재개에 대한 의지를 연일 강조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노이 결렬’로 미·북 핵협상이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는 조바심도 반영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하노이 회담’ 성과 강조하는 당정
더불어민주당은 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초청해 한반도평화관련위원회 연석회의를 열었다. 강 장관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지난달 27~28일 열린 미·북 2차 정상회담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각자 입장에 대한 이해를 넓힌 자리였다”며 “대화 재개 시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할 쟁점을 좁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현지 시설 복구를 위한 사전 준비 등 단계적 접근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재개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경협 재개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정부도 재개 작업에 착수했음을 공식 발표한 셈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부가 잇따라 남북 경협 의지를 밝히면서 실현 가능성과 관련해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신들은 한·미 갈등에 대한 우려 섞인 보도를 내놓았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문(대통령)이 북한의 핵(폐기) 제안을 칭송하고, 도널드 트럼프(대통령)와 갈라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심 핵 생산시설(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을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의 불가역적인 단계라며 칭찬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단절했다”고 보도했다.
남북 경협 재개를 서두르는 이유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빨리 복귀시키기 위해서다. 대북 제재의 우회로를 열어줌으로써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려는 의도다.
국회서도 한·미 균열 지적 나와
이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도 ‘하노이 결렬’과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영변 외 다른 시설”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파악하고 있었는지에 관한 질의응답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외교가에선 분강 지구의 지하 고농축 우라늄 시설이란 설(說)이 나오기도 했다.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민기 의원과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브리핑에서 “분강이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 분강 안에 영변 핵시설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강은 영변 안에 있는 지역”이라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과는 다소 다른 설명이다.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김 대변인은 ‘영변 안에 분강이 있다’고 했는데 국정원은 ‘분강이 더 크다’고 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팩트’ 파악이 서로 다르다는 점은 ‘영변 외’에 대한 설명에서도 드러났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영변 외라는 것은) 특정 시설이나 지역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반면 국정원은 “북·미 협상 과정에서 나온 추가 우라늄 농축시설을 비롯한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시설에 대해 한·미 군사정보당국이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관련해 “지붕과 문짝을 달고 있는 등 철거 시설 가운데 일부를 복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복수의 정보위원이 밝혔다. 미·북 정상회담에 성공하고 전문가 참관 아래 미사일 발사장을 폐기할 때 홍보 효과를 높이려는 목적과 협상이 실패했을 경우 시설을 다시 미사일 발사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곳이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새벽 3시 평양으로 귀환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