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조 회장, 업무집중 위해 겸직 계열사 9개→3개로 축소"
KCGI 압박에 대응 포석
[ 김보형,김익환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70)이 한진칼과 (주)한진, 대한항공 등 3개사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 임원직을 내려놓는다.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압박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이달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키로 해 국민연금과의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5일 조 회장이 핵심 계열사 업무에 집중해 그룹 재도약을 이끌기 위해 겸직 계열사를 9개사에서 3개사로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조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그룹 모태인 (주))한진,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등 3개사 이외의 계열사에서 임원을 맡지 않는다. 조 회장은 한진칼과 (주)한진, 대한항공, 진에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등 7개사의 등기 임원에 올라 있다. 한국공항과 칼호텔네트워크 등 2개사의 비등기 임원도 맡고 있다.
한진은 조 회장이 한진칼과 (주)한진, 대한항공 임원의 임기 만료 때 이사회에서 연임 여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계열사의 임원직은 연내 겸직을 해소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대신 그룹의 핵심인 대한항공 경영권은 내려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오는 27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사진이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출범 안착과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항공 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이 ‘물컵 갑질’ 등으로 물의를 빚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책임을 묻기로 하면서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 회장 등은 대한항공 지분 33.74%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민연금 지분도 11.56%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정관에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22%가량의 우호 세력을 확보하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저지할 수 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김재일 사외이사 임기 만료에 따른 박남규 사외이사(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선임 건과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건 등도 의결했다. 박 사외이사 후보는 60여 개 항공사가 1945년부터 2010년까지 65년 동안 체결한 전략적 제휴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연구 등을 25년 이상 해온 항공운송산업 전문가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보형/김익환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