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관 등 81곳 전방위 조사
성관계 여성 입막음·러 스캔들…대선 앞두고 동시다발적 총공세
[ 주용석 기자 ]
미국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부패·권력남용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전면조사에 착수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트럼프 대통령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됐다.
하원 법사위원회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장·차남과 사위를 포함한 개인 및 기관 81곳에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조사 대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포함됐다.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은 빠졌다. 하지만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CNN 인터뷰에서 “이방카 고문도 향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일가’ 외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다가 갈라선 뒤 각종 의혹을 폭로 중인 마이클 코언을 비롯해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여성 2명에 대한 ‘입막음용 돈’ 지급에 관여한 데이비드 페커 아메리칸미디어 사장도 명단에 들어 있다. 기관에선 트럼프 대선캠프와 트럼프 재단 등이, 행정부에선 백악관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등이 조사 리스트에 올랐다.
이번 하원 조사 핵심은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연루 의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방해와 권력남용, 개인 사업 과정에서의 비리 여부 등이다. 내들러 위원장도 이날 성명에서 “이번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부패, 권력남용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내용상으론 2017년 5월 조사를 시작해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로버트 뮬러 특검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뮬러 특검이 형사처분이 가능한 부분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번 하원 조사는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각종 의혹을 파헤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곤혹스러운 사실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조사에 대해 “트럼프 탄핵 절차를 밟기 위해 야심차게 세운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전부터 “하원을 장악하면 트럼프 대통령 관련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별렀다.
민주당은 이번 법사위 조사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동시다발적’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원 정보위원회, 외무위원회, 감독개혁위원회는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 중이다. 특히 정보위는 6일 코언 전 변호사를 불러 증언을 들을 예정이다. 하원 금융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사업과 대출·자금세탁 의혹을, 조세세입위원회는 납세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공모는 없었다”며 “모두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위터로 “러시아와 내통한 것은 힐러리 클린턴과 민주당뿐”이라며 “무고한 사람들에게 발송된 81장의 (자료 요구) 서한은 그들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이번 조사를 민주당의 정치 공세로 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연쇄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 기간 민주당 조사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있다. AP통신은 “이번 하원 조사는 (뮬러)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법적·정치적 위기는 어디서도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