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페 '문화공간'으로 변신
"COFFEE 지우고 새 영역 도전"
1300여개 매장 중 350곳 교체
[ 김보라 기자 ]
‘스타벅스커피’에서 ‘스타벅스’로.
스타벅스의 간판이 바뀌고 있다. 지난 20년간 ‘STARBUCKS COFFEE’라고 쓰인 녹색 간판이 ‘STARBUCKS’만 남아 간결해졌다. 현재 전국 1279개 매장 중 약 350개 매장이 새 간판을 달았다. 모두 신규 매장이거나 리뉴얼한 곳이다.
간판의 변화는 커피 회사로서의 브랜드 정체성을 충분히 알려 ‘커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확고해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커피 이외 ‘제3의 공간’으로서의 경영철학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COFFEE 떼고 ‘제3의 공간’으로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미국 본사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해온 ‘모범생’으로 꼽힌다. 1999년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낸 뒤 1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기까지 모바일 결제 시스템, 차량 내 주문결제 시스템 등을 최초 개발하고 각종 기념상품(MD) 기획 등을 주도했다.
최근 스타벅스의 간판과 브랜드 로고 변화는 미국 본사의 변화와 흐름을 같이한다.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은 “커피 비즈니스가 아니라 피플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제3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경영 방침을 밝혔다. 그는 2017년 스타벅스 로고에서 ‘COFFEE’를 지우고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 혁신하자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스타벅스는 한국 스타벅스가 도입해 성공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역수입하고, 커피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미국 본사의 정책 방향에 발맞추는 한편 올해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차원에서 낡은 매장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간판 교체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1년 400개 MD 제작
국내 소비자에게는 스타벅스가 ‘커피회사’를 넘어선 지 오래다. 스타벅스 브랜드가 거대한 ‘팬덤’이 됐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자체 제작하는 각종 MD 등 기획력이 존재한다. 세계 78개국 스타벅스 중 자체 기념상품 디자인팀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과 한국뿐이다. 국내에서는 1년에 약 400종의 MD가 출시되는데 이 중 80%(320종)를 국내에서 생산한다.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스타벅스코리아 매출 중 MD의 비중은 약 10%에 이른다.
이외에도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스마트 주문결제 시스템 ‘사이렌오더’와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화상주문 및 번호판 자동인식 시스템, 종이빨대 개발 등 카페라는 공간의 혁신을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커피 마시는 공간→ 모두의 ‘놀이터’
스타벅스의 ‘제3 공간’ 경영 철학은 다른 커피 매장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던킨도너츠 역시 간판에서 ‘도너츠’를 떼고 ‘던킨’으로 바꾸고 있다. MD에 집중하는 것은 커피업계의 트렌드가 됐다. 폴 바셋은 지난해 로고가 적힌 장우산을 출시했고, 엔제리너스는 일부 매장에서 책을 판매 중이다. 할리스는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캠핑 패키지를 내놓기도 했다. 투썸플레이스는 파티용품 패키지인 ‘러브 파티’를 만들어 파티용 풍선 등을 판매한다. 이디야커피는 6일부터 서울 논현동 본사의 이디야커피랩에서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마다 ‘정오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매장을 단순히 커피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등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