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미세먼지 지속돼 일조량↓ 고장률↑
미세먼지 못 잡으면 태양광 발전 무의미
“한 번이라도 마스크 좀 벗어보고 싶다.”
대한민국이 회색 하늘에 갇혔다. 미세먼지가 연일 계속되며 그야말로 최악의 공기질이 계속되고 있다. 5일 현재 전국 미세먼지(PM10) 수치는 214㎍/m³(매우나쁨), 초미세먼지 수치(PM2.5)는 186㎍/m³(매우나쁨)을 기록했다.
재앙이다. 수도권 지역에 5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지만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넘어오는 미세먼지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계속되자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정부가 수 년째 적극 추진중인 태양광발전사업의 효율성에 대해서다.
외국에 비해 사계절이 뚜렷해 가뜩이나 일조량이 고르지 않은 우리나라인데, 미세먼지로 흐린 날씨가 늘어나면 발전 효율성이 떨어지고 태양광 패널의 고장 확률도 증가하지 않을까.
의문을 풀기 위해 기자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등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을 조사해 봤다.
대부분의 태양광 패널들은 사람들의 손이 쉽게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위치해 취재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 눈에 봐도 미세먼지로 인해 흐려진 날씨가 태양광 패널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확실해보였다.
실제 연구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화학학회(ACS) 저널에 실린 ‘먼지와 공기 오염에 따른 태양에너지 생산량의 급감(Large Reductions in Soalr Energy Production Due to Dust and Particulate Air Pollution, 2017)’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대기중의 태양광 에너지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태양광 패널 표면에 쌓이며 발전량을 17~25%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
카메라의 줌 기능을 활용해 패널을 크게 확대해봤다. 아니나 다를까. 패널에는 미세먼지로 인해 오염된 자국이 선명했다. 이를 본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많을 때일수록 발전효율도 떨어지고 잔고장이 많아질 수 있다. 패널의 주기적인 청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등 기존 발전 시설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태양광 발전을 수년째 추진 중이다. 취지는 좋다. 그런데 적어도 태양광 발전을 주력 발전 수단으로 키우려면 매년 발전 효율을 급감시키는 미세먼지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중국은 2020년까지 한국과 가까운 동부 연안에 쓰레기 소각장을 227곳이나 더 짓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로 미세먼지가 더 많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동시에 태양광 발전 효율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친환경 정책을 내세워 주구장창 '태양광 발전 강화'만 외쳐대고 있다. 정부는 눈을 떠라. '눈 가리고 아웅'이 능사가 아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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