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제공사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MSCI 신흥국지수 내 중국A주의 비중 확대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MSCI 신흥국지수의 움직임을 쫓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자금의 기계적인 한국 주식 매도가 불가피하게 됐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SCI는 신흥국지수의 중국A주 편입 비중을 현재 5%에서 올해 20%까지 확대키로 했다. 5월 말 10%, 8월 말 15%, 11월 말 20%까지 비중 확대가 이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신흥국지수에서 0.71%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A주의 비중은 3.3%까지 확대된다. 중국A주의 비중 확대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의 편입으로 신흥국지수에서 13.5%인 한국 주식은 12.7%로 자리가 좁아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변경으로 3조~4조원의 패시브 자금이 한국 주식시장에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추종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자금의 매도 수요까지 감안하면 유출 규모가 17조원 이상이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MSCI 신흥국지수 비중 변경의 영향은 이 지수 편입비중이 높은 상위 10개 종목에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은 삼성전자에서 8320억원, SK하이닉스에서 1580억원, 삼성전자우 1170억원 포스코 790억원 등의 외국인 패시브 자금 유출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경훈 SK증권 연구원은 "상위 10개 대형주들은 예상 유출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수급상 단기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지수변경에 따른 충격은 6월 초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5월 말 변경에서 중국A주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등의 편입폭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지수변경으로 인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패시브 자금의 이탈 규모는 당초 예상됐던 범위 안에 존재하며, 액티브 입장에서도 한국 정보기술(IT) 종목을 대체할 종목의 편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은행주의 경우 중국A주 및 사우디 모두에서 비중이 높아 액티브 자금이 움직이는 시기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또 과거 지수변경으로 인한 실제 자금 유출은 예상보다 훨씬 작았다. 2015년 11월 중국 ADR(미국예탁증권)의 MSCI 신흥국지수 1차 편입시 이론상 유출 자금 규모는 7조4000억원이었으나, 해당일 외국인의 순매도는 5400억원에 불과했다. 2차 편입시에도 11조2000억원의 유출이 추산됐으나 실제 빠져나간 자금은 1300억원에 그쳤다.
안지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올해 실제 유출자금 규모는 3조~4조원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