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상처 준 말' 100가지
"너 때문에 못살겠다"도 많아
소유물 아닌 인격체로 대해야
[ 이수빈 기자 ]
“어른들 얘기에 끼어들지 마라.” “너 때문에 못 살겠다.” “넌 아직 어려서 못해.”
아이가 아플 줄 모르고 어른들이 줬던 ‘말상처’다. 국제구호개발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그리다 100가지 말상처’ 캠페인에서 위 세 가지 말이 어른이 아이에게 한 적이 있다고 가장 많이 응답한 말로 꼽혔다.
이 캠페인을 제작한 광고대행사 오버맨은 만 3~16세 아동 300명을 심층 인터뷰해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어떤 말을 들었을 때 상처를 받았는지 조사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들었던 상처가 되는 말을 꼽은 뒤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그림을 그려 표현했다.
한 아이는 “너 나중에 집에 가서 보자”는 말을 들었을 때 느낀 기분을 나타내기 위해 유리파편처럼 뾰족한 조각에 자신이 찔리는 모습을 그렸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오버맨은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 “절대 지면 안 된다” “형답게 행동해라” 등 부모들은 무심코 할 수 있는 말이 아이들에게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캠페인에서는 아동심리상담 전문가와 미술심리 상담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어떤 말로 대신할 수 있는지 해결 방안도 제시한다. “너 나중에 집에 가서 보자”는 “이 부분은 집에 가서 상의 좀 해보자”로, “넌 아직 어려서 못해”는 “OO이 하고 싶은 거니? 혼자 하기 어려우면 엄마(아빠)가 도와줄 수 있어”라고 순화하자고 제안하는 식이다.
캠페인에 참여한 한 아버지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한 말에 아이가 상처를 받았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며 “아이를 내 소유물이 아니라 ‘작은 사람’으로 대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승은 오버맨 대표는 “광고인의 재능을 아이들의 상처를 세상에 알리는 데 쓸 수 있어 벅찼다”며 “기획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엄마로서 반성이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