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개선 위한 '극약처방' 감자…액면가 낮추는 방식이 주가영향 덜해

입력 2019-03-03 18:47
공시 읽어주는 기자


[ 김동현 기자 ] 결산 시즌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극약 처방’ 감자(減資) 발표가 잇따릅니다. 소액주주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지요.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주로 경영난에 빠져 법정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가거나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져 자본잠식 위기에 놓인 기업들입니다. 감자는 말 그대로 ‘자본금을 줄이는 재무 활동’을 말합니다. 감자 방식에 따라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올 들어선 한진중공업, 한솔홀딩스, 한일홀딩스 등이 감자를 공시했습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28일 결손금 보전을 위해 전체 발행주식 수의 86.3%인 약 9152만 주를 줄이는 무상감자를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책임을 구분해 차등감자로 진행합니다.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지분은 전량 소각하고, 나머지 주주들은 보유 주식의 80%를 소각합니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비크조선소 부실 여파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4월 1일까지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황입니다. 완전 자본잠식은 회사의 자본총계(납입자본금+잉여금)가 마이너스(-)인 상태로,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합니다. 무상감자를 하면 자본잠식 비율(자본금에서 손실이 된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져 상폐 우려가 해소됩니다. 한진중공업은 자본금을 4576억원만큼 줄일 예정입니다. 자본금이 줄어든 만큼 차익(자본 잉여금)이 발생하면서 완전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보통 감자라고 하면 한진중공업 사례처럼 주주들에게 별다른 보상 없이 자본금을 줄이는 ‘무상감자’를 의미합니다. 주주들에게 대가를 지급하는 ‘유상감자’와는 구분되죠.

주식 수를 줄이지 않고 액면가를 낮추는 방식의 감자도 드물게 활용됩니다. 한솔홀딩스는 지난달 26일 주식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조정하는 이른바 ‘액면가 감자’를 결정했습니다. 액면가 감소로 자본금이 2318억원에서 464억원으로 80%가량 줄어듭니다. 주식 수를 그대로 둔 채 자본금을 줄이기 때문에 주식 가치에는 변동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한솔홀딩스는 2년 연속 순손실을 내 배당 가능 이익이 부족하다고 밝혔기 때문에 자본금 감소에 따른 잉여금을 배당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기업이 감자를 결정한다고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주주총회에서 주주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주주 희생을 담보로 하는 만큼 특별결의 안건으로 상정됩니다.

김동현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