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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수년간 취재했던 에이미 코스텔로(Amy Costello)는 아프리카에서 쉽게 물을 구할 수 있는 플레이펌프(PlayPump)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플레이펌프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타는 놀이기구에 연결돼 있는 펌프가 아이들이 움직이는 동력으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탱크에 물을 저장하는 장치다. 매우 혁신적인 기술이다.
코스텔로의 글은 2005년 방송을 통해 여러 나라에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남아프리카 전역에 플레이펌프를 설치했다. 놀이기구의 이름은 ‘메리-고-라운드(Merry-go-round)’였다. 기구를 설치한 뒤 관리 비용은 물탱크 상부에 광고판을 설치해서 얻는 이익으로 충당하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메리-고-라운드는 실패했다. 놀이기구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지만 아이들이 메리-고-라운드를 이용해 놀지 않았다. 아예 기구 주위엔 아이들이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 몇 년째 방치됐다. 물 문제로 고통받는 나라에 기쁨을 줄 수 있다던 기술 플레이펌프는 왜 실패한 것일까? 플레이펌프는 여자들이 운전하기 힘들고, 탱크 상부의 광고판도 수익성이 없던 탓에 고장 수리왕 관리도 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메리-고-라운드가 예상과 달리 아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것이다.
많은 정부와 기업이 기술 개발과 보급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기술보다 더 중심에 둬야 하는 것은 사람이다. 플레이펌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현지인들의 사정은 뒤로하고 공급자 관점에서 기술만 보급하면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는 실패의 결과를 낳게 된다. 사람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정치에서나 산업계에서나 마찬가지다. 특히 과학기술의 혁신이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교훈이다.
유구봉 <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