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100주년
전국 곳곳서 기념식·행사
"미세먼지 대수냐" 시민들 가득
정오에 전국 사찰·교회 등서 타종과 함께 만세삼창
[ 이해성/이인혁 기자 ]
“대한독립 만세! 만세! 만세!”
1일 전국 곳곳에서 100년 전 그대로의 만세 함성이 울려퍼졌다. 이날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정부 기념식이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 전체가 크고 작은 태극기로 뒤덮였다. 3·1독립선언서를 읽었던 민족대표 33명을 상징하는 ‘국민대표 33명’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식단으로 입장하자 분위기가 고조됐다. 국민대표 33명은 생존 애국지사, 위안부 및 강제동원 피해자, 6·25전쟁 및 베트남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 이산가족, 이낙연 국무총리 등 5부요인 등으로 채웠다. 문 대통령은 이날 100주년 기념사에서 “친일은 반성해야 하고, 독립운동은 예우받아야 한다는 가장 단순한 가치를 바로세우는 것이 친일잔재 청산”이라고 강조했다.
심훈 옥중 편지, 윤봉길 증손이 낭독
기념식 본행사에 앞서 윤봉길 의사의 증손인 배우 윤주빈 씨가 독립운동가 심훈 선생이 옥중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읽어내려가자 광장이 숙연해졌다. “우리가 아무리 목놓아 울부짖어도 크나큰 소원(독립)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리 없겠지요. 그러나 마음을 합하는 것처럼 큰 힘은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 큰 힘을 믿고 있습니다.”
이어 3·1운동의 상징 유관순 열사에 대한 새로운 추서가 이뤄졌다. 낮 12시가 되자 전국의 사찰, 성당, 교회, 향교 등에서 타종과 함께 만세삼창 함성이 울려 퍼졌다. 1941년 일본유학 당시 내선일체를 비판한 죄로 옥살이를 한 임우철 애국지사(100)가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라며 만세를 선창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비행구름으로 하늘에 숫자 ‘100’을 그리자 광장의 열기가 극에 달했다. ‘독립의 횃불’ 전달식이 행사 끝을 장식했다. 이 횃불은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인 다음달 11일까지 42일간 전국을 돌며 100곳에서 불을 밝히고 서울로 돌아온다.
흥겨운 축제 분위기
7대 종단과 시민단체 등 1000여 개 단체가 세종대로에서 공동 주최한 ‘3·1운동 100주년 범국민대회’는 흥겨운 축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풍물연주가 펼쳐졌고 시민들은 형형색색 전통복장을 입은 풍물패를 보며 사진 찍기에 분주했다.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는 말레이시아 대학생 카이럴 안와르(21)는 연신 “굉장하다(amazing)”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이렇게 큰 규모의 행사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일대 초미세먼지는 ‘매우 나쁨’이었지만 1만5000여 명의 시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기 남양주에서 가족과 함께 온 김수진 씨(46)는 “100년 전 선조들은 목숨을 내놓고 이곳에 모였는데 그깟 미세먼지가 대수겠느냐”고 말했다. 유관순 열사 등 여성이 전면에 등장한 3·1운동을 기리는 의미에서 3000여 명 중 2000여 명을 여성으로 채운 합창단의 대합창 공연도 볼거리였다. 용산역 광장에선 노동계 주도로 ‘강제징용노동자상 합동 참배행사’가 열렸다.
서울광장 건너편 대한문 앞에서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있었다. 이들은 ‘박근혜 석방’ ‘문재인과 김정숙을 특검하라’ 등 팻말을 들고 ‘멸공의 횃불’ 음악에 맞춰 무교로를 거쳐 청계천으로 행진했다.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돼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파주 양주 남양주 등 경기지역 곳곳에 서도 만세운동과 횃불행진 재현 행사가 이어졌다. 대구에서는 5000여 명이 100년 전 만세운동이 일어난 3개 경로를 행진한 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모여 시대별 태극기를 흔들었다. 유관순 열사의 출생지가 있는 충청남도는 전날 횃불전야제에 이어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열었다. 전남지역 곳곳에서도 태극기 물결이 일었다. 광주에선 2000여 명이 광주일고~금남공원 일대에서 만세 행렬과 충돌하다 퇴각하는 일본군의 모습을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이해성/이인혁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