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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기, 베트남의 부침개 '반쎄오'가 별미
비엣콴, 하노이式 진한 풍미 쌀국수 인기
[ 김보라 기자 ]
한국에 사는 베트남 유학생과 주한 베트남대사관 관계자들에게 ‘서울에서 고향의 맛을 가장 잘 내는 식당’이 어디냐고 물었다. 공통적으로 꼽은 두 군데가 있다. 종로 북촌로에서 하노이식 요리를 내놓는 ‘비엣콴’과 성동구 답십리에 있는 ‘아라기’다.
아라기는 서울에 10년째 살며 부품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땅응옥광 대표(35)가 지난해 9월 문을 연 식당이다. 아라기(Alaghi)는 ‘음식에 중독된다’는 뜻의 베트남어 ‘안 라 기엔’의 줄임말이다. 호찌민인문사회대 한국학 학사로 국민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그는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사업을 하면서 “제대로 된 맛으로 베트남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식당이 없다”고 생각해 가게를 냈다. 식당 벽에는 베트남 남부, 북부, 중부를 상징적으로 그려낸 작품을 걸었다. 식기에도 전통 문양을 직접 그려 넣어 베트남 문화를 알리는 데 신경썼다.
그는 요리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호텔 셰프 겸 만두 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손맛은 자신 있다고 했다. 베트남 요리전문대학에서 단기 연수를 받은 뒤 식당을 열어 정통 베트남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남부 출신인 땅응옥광 대표의 특기는 라이스페이퍼에 상추를 깔고 그 위에 베트남식 부침개를 올려 싸 먹는 반쎄오다. ‘분짜 오바마’와 반미도 별미로 통한다. 쌀국수의 육수 등 모든 재료에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아 베트남 유학생들 사이에선 ‘집밥 생각날 때 가는 곳’이 됐다. 쌀국수는 생면으로 만들고, 모든 메뉴가 6000~9000원 사이다. 그는 “베트남 유학생이나 이민자들이 한국에서 아라기 2~3호점을 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우리의 음식 문화가 큰 자산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비엣콴은 수년째 북촌을 지켜온 베트남 식당이다. 가게는 허름하지만 늘 현지인과 인근 직장인들로 붐빈다. 하노이 출신 셰프가 내놓는 쌀국수는 맑으면서 진한 풍미가 특징이다. 하노이 전통음식인 분짜는 이 집의 대표 메뉴 중 하나다. 오징어 순대와 각종 볶음요리, 꼬치 등 제대로 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찹쌀로 빚는 베트남 전통 보드카, 하노이 보드카와 베트남 맥주 등이 종류별로 준비돼 있어 저녁 식사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