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오스트리아대사엔 이상철 前 안보실 1차장 거론
우윤근 주러시아대사도 교체될듯
임종석·홍장표 등도 재기용…"좁은 인재풀이 문제" 지적도
[ 박재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두 달 가까이 공석인 주중(駐中) 대사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동시에 청와대를 떠난 이상철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남관표 전 2차장은 각각 주오스트리아 대사와 주일 대사로 임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이처럼 줄줄이 주요 보직에 거론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돌려막기 인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일 청와대와 외교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조만간 주미 대사를 제외한 일본·중국·러시아 대사를 교체할 것으로 전해진다. 올 1월까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맡아온 주중 대사 후임에 장 전 실장이 유력하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만큼 정부 국정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이수훈 주일 대사를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후임에 남 전 2차장을 사실상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전 1차장 역시 주오스트리아 대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두 분 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헌신해 오신 분이고, 그 어느 정부 때보다도 큰 결실을 맺은 분들”이라며 “문재인 정부하에서 크게 쓰일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 재기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도 교체 대상에 올라 있다. 우 대사는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의 폭로로 비위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대미 관계가 중요해진 만큼 조윤제 주미 대사는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사 검토 사실이 전해지면서 전문성이 결여된 돌려막기 인사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자칫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챙겨주기’ 위한 보은 인사로 비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좁은 인재풀’은 집권 이후 줄곧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장 장 전 실장이 주중 대사로 가게 될 경우 노 비서실장과 ‘장관급’ 청와대 실장을 사실상 맞바꾼 모양새가 된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퇴임 한 달 만에 대통령 특임 아랍에미리트(UAE) 외교특별보좌관에 위촉됐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대통령 자문기구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재기용됐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 담당 행정관 역시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청와대 비서관 인사에서도 돌려막기 인사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말 단행한 비서관 전보 인사에서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난 백원우 민정비서관 후임자로 김영배 정책조정비서관을 임명했다. 후임에는 이진석 사회정책 비서관을 채우는 등 민정비서관 한 자리를 넣기 위해 1급 비서관 네 자리가 내부 이동했다.
친문(親文) 일색인 인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인재를 고르게 등용하겠다”던 취임사가 집권 이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야당은 꾸준히 좁은 인재풀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해 8월 일부 부처 개각이 발표됐을 당시 자유한국당은 “국가 인재를 널리 구하지 못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여당 국회의원을 기용해 문재인 정부의 좁은 인재풀의 한계만 국민에게 보여주고 말았다”며 “차관급 인사 역시 대놓고 보은 인사, ‘자리 나눠 먹기’에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작년 11월 문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찾아 “노무현 대통령은 널리 인재를 구하려고 노력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지나치게 인재풀이 편협해 국민이 탕평 인사라고 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