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호가는 '뚝뚝'…빌라가격은 '꿋꿋'

입력 2019-03-01 17:43
수정 2019-03-02 13:46
실수요층 두터워 빌라가격 강세…아파트 구입 부담에 서민 몰려

서울 전역 연립·다세대 상승세…장위동 44㎡ 석달 만에 43%↑


[ 이주현/구민기 기자 ] “아파트는 호가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빌라는 작년 여름하고 비슷합니다. 이번 겨울에도 떨어지지 않고 일부 빌라는 오르기도 해요.”(서울 동대문구 전농1동 C공인 관계자)

조정 국면에 접어든 아파트 가격과 달리 서울 빌라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수요가 많은 아파트보다 실수요층이 두터워 시장 흐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꾸준히 가격 오르는 빌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전용면적 82㎡ S빌라는 지난 1월 말 8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에도 같은 가격인 8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주변 전용 82㎡ 빌라들의 호가도 작년 여름과 같은 8억~9억원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서초동 일대의 아파트값이 1억~2억원씩 떨어지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남부터미널역 등 교통이 편리한 곳에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몰려 있다”며 “작년 여름하고 시세가 비슷하고 몇몇 집주인은 오히려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정비 구역이 해제된 성북구 장위동의 빌라 밀집지역에선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다. 작년 9월 1억9200만원에 거래된 J빌라 전용 44㎡는 12월에 2억7500만원으로 손바뀜하며 43%나 가격이 뛰었다. 인근 D빌라 전용 32㎡는 작년 9월 1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두 달 뒤인 11월 말에는 2억3800만원에 거래됐다. 장위동 B공인 관계자는 “전체적으로는 작년 여름하고 비슷한 수준인데 몇몇 빌라는 가격이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에 빌라촌이 형성됐던 은평구 녹번동도 비슷한 상황이다. 녹번동 전용 38㎡ A빌라는 지난해 8월 1억4000만원에 거래됐으나 12월에는 1억4400만원에 거래되며 가격이 올랐다.

송파 헬리오시티 등 입주 물량이 쏟아지며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컸던 강남 일대의 빌라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1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연립주택 및 다세대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강남구, 송파구 등 강남권 11개 자치구의 빌라값은 0.15%, 한강 이북의 강북 14개 구는 0.06% 올랐다.


“실수요 위주, 시장 침체 영향 적어”

아파트와 달리 빌라 가격이 오르는 이유로는 투자 수요가 많은 아파트에 비해 실수요가 많다는 점이 꼽힌다. 서울에서 작년 8, 9, 10월 아파트 가격은 각각 1.17%, 3.83%, 1.84% 오른 데 비해 빌라는 0.22%, 1.39%, 0.81%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지난해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올랐을 때도 빌라는 실수요 위주여서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며 “아파트 가격이 많이 하락하더라도 빌라는 그만큼 내려가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전했다.

거래가 쉬워 빌라 가격이 소폭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빌라는 5억원이 넘지 않는 물건이 대다수”라며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금력이 모자란 서민들이 눈을 돌릴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빌라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연립주택 매매거래량은 지난 1월 3100건을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거래량인 1871건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재개발 구역 재지정에 대한 기대도 서울 빌라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전농재정비촉진구역에 있는 B공인중개사는 “재정비 구역에서 일부 해제된 지역에서 빌라 거래가 늘었다”며 “재개발을 다시 추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이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구민기/이주현 기자 kook@hankyung.com